전경련 바통 넘겨 받은 김병준 "정경유착 아냐…자유시장경제 기조 다질 것"
입력 2023.02.23 14:23
수정 2023.02.23 14:23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 기자간담회…"상근부회장·한경연 원장 추후 고민"
"경총 등과 통합할 때 아냐…6개월 임기 지키며 자유민주주의 기틀 다지는 데 주력"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은 "나는 나를 정치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권력과) 전경련 관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겠다"고 23일 밝혔다.
김 회장 대행은 이날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은 유착 고리를 끊는 데서 시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친정권 인사를 앉혀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었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사실상 정치인으로 여겨져왔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김 회장 대행은 "나는 대학에서 34년간 봉직한 학자"라며 "지난 선거에서도 선출직·임명직 등 공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보통의 정치인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경련이 나에게 이 일을 해달라고 한 이유는 대통령과의 관계를 본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나름의 소신과 철학을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 대행은 "자유시장경제 기본은 유착 고리를 끊는 데서 시작한다.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는지를 이해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자유시장경제 기조를 단단히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히려 기존 유착현상을 근절하거나 관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김 회장 대행은 "중요한 것은 전경련 위상과 앞으로의 활동을 정립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지지받는 전경련을 만들어 4대 그룹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석인 전경련 상근부회장과 한경연 연구원장 자리는 회장단과 추후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 대행은 "이 직을 제안 받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며 "회장단과 관심있는 여러 기업들과 협의하며 정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일본과의 관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호 협조하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오후 이후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각 부서를 돌아보며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일본과의 관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유시장경제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인만큼 경제적인 측면에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 경제단체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와 비교해 위축된 전경련의 존재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회장 대행은 "현재로서는 전경련을 새롭게, 바르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간 정부와의 관계가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으며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주고 받으면 유착이나, 정책과 관련해 밀어줄 것은 밀어주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윤석열 정부와 전경련이 모두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심전심 협력관계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그는 경총 등 경제단체와의 통합 가능성은 일축했다. 김 회장 대행은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경총은 노사 관계를 비롯해 특유의 스타일이 있고, 전경련은 브로드하다. 노사의 경우 좀 더 집중할 이유가 있는 문제다. 일단은 서로 각기 고유한 설립 배경과 취지에 따라 역할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답했다.
전경련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산하 조직인 한경연 조직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전경련은 '발전안'을 통해 한경연을 글로벌 싱크탱크 수준의 기관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 대행은 "4대그룹이 탈퇴하면서 한경연도 축소됐다. 큰 연구소로 만드는 것은 힘이 들기에 조직 자체는 키우지 않으면서 일은 많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정책이나 여러 정부, 시민사회,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제안을 만들 수 있다. 연구원은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때에 따라 인적자원, 물적자원, 네트워크 자원을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 대행은 스스로 설정한 6개월의 임기를 반드시 지키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기틀을 다지는 것은 6개월이 아니라 2~3년도 부족하다. 기간을 설정해놔야 책임감있게 일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한국당 비례위원장 당시 약속했던 8개월의 임기를 지켰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김 회장 대행은 "7개월 15일간 일을 하고 당 안팎에서 당대표로 출마하라는 권유가 있었으나 하지 않고 그만둔 이력이 있다"면서 "6개월간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소통창구 인식이 강한 전경련이 어떻게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김 회장 대행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반 시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고 소비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졌다. 지금은 소비자가 힘을 가진 세상이다. 기업은 시민과 호흡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과 토론하고 논의하는 장을 많이 열겠다. 미디어를 활용해 국민 속으로 파고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장이 아닌 회장 직무대행으로 온 이유에 대해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전경련 주류는 기업들이다. 하루라도 빨리 내가 들어가고 기업인들이 나와 운영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회장이 아닌 회장 직무대행으로 오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커리어는 부정하지도 않으며 부끄럽지도 않다. 이것이 전경련 도약에 있어 정경유착 고리로 비춰지는 시선도 있다. 나는 고리를 끊자고 왔지 단단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유착으로 인한 결과가 어땠는지 봤기 때문에 그 점을 염두하고 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 대행은 경제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 업무의 90%가 국가의 경제와 산업정책을 다루는 일이었다"면서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이 왔다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 대행은 이날 오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됐다. 그는 앞으로 6개월간 전경련의 혁신을 주도하는 한편 차기 회장 후보도 물색할 예정이다.
국내 대표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K스포츠·미르재단 후원금 모금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급기야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수난을 겪었다. 위상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주요 행사에 대부분 '패싱'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은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통해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쇄신의 과제를 맡은 김 회장 대행은 앞으로 6개월간 전경련의 혁신을 이끌며 앞으로의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