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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인상에 엇갈린 희비”…가전·소스 '웃고' 외식 '울고'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2.22 07:03
수정 2023.02.22 08:58

소비자, 고정지출 식비 아끼는 방법에 관심

외식 대신 내식 선호하는 이들 크게 늘어나

주방 가전제품·음식 맛 배가 시키는 소스 매출↑

오프라인 외식업계, 치솟는 물가에 또 다시 직격탄

전자랜드 파워센터 용산본점에서 고객들이 전기오븐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오프라인 외식업계와 집밥족을 겨냥한 가전·식품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정지출인 식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외식 대신 내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주방 가전제품과 동시에 음식의 맛을 배가 시킬 수 있는 만능 소스류는 장바구니 단골에 이름을 올렸지만, 외식업계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등으로 손님의 발길이 끊기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집밥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주방 가전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전기밥솥 판매량이 직전 2주간 보다 28%, 같은 기간 전기오븐은 97% 판매량이 증가했다. 식기세척기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98% 매출이 늘었다.


전자랜드는 외식 물가 포함 난방비, 택시 요금 등 사회 전반적으로 고물가 현상이 지속돼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집밥을 선택하면서 관련 가전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로 야외활동 부담이 줄었는데도 집밥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며 “물가부담 완화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다양한 주방가전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스류도 증가세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1조7428억원이던 국내 소스 시장은 2021년 2조1812억원을 돌파했다. 홈쿡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강해지는 만큼 소스 제품군은 더욱 다양해지면서 2025년에는 2조2711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식품업계는 외식 및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면서도 맛있는 집밥을 준비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한 프리미엄 소스나 이색적인 만능 소스를 빠르게 출시하고 있다. 만능소스는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간편하고 맛있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팔도의 ‘팔도비빔장’은 지난해 누적 판매량이 2000만개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과 비교해 11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해외여행, 캠핑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며 판매량이 늘었다. 런치플레이션, 집밥 선호 문화, 자신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조리하는 ‘모디슈머’의 증가도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팔도는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매운맛 마니아를 위한 ‘팔도비빔장 매운맛’과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팔도비빔장 버터간장’이 대표적이다. 휴대가 편한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지는 것을 고려해 스틱형도 선보였다.


팔도 마케팅 관계자는 “‘팔도비빔장’은 면 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비벼 먹는 비빔장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만능 요리 소스’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다양해진 입맛과 간편식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발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식당의 모습ⓒ뉴시스
◇ 늘어난 내식에 외식업계 매출 ‘하락’


반면 고물가 상황 속에서 외식 대신 집밥을 찾는 이들이 늘며 오프라인 외식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소비자들의 외부활동 증가로 매출 회복세를 기대했지만, 치솟는 물가에 직격탄을 맞아 여전히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실적 및 2023년 전망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인 68.6%가 직전 년도와 비교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외식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회식 문화가 바뀐 것이 하나의 매출 타격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저녁 회식 대신 점심 회식을 하거나, 저녁 회식을 하더라도 1차에서 간단히 식사만 하고 끝내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인상이 본격화 하면서 외식을 삼가고 편의점에서 홀로 도시락 등 간편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 역시 매출 하락에 일조했다. 외식물가를 비롯한 높은 물가와 그간의 금리 인상 효과로 올해 민간소비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외식물가 상승은 외식업계 종사하는 자영업자에게도 큰 부담이다. 이들은 최근 달라진 농산물 물가를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 매입원가 부담도 가중된다. 이에 자영업자는 메뉴 값을 올리거나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외식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외식 대표 조리용 원재료가 지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도 운송료 부담을 늘려 식자재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완만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올해 안에 경제정책의 무게추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 바람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요금에 이어 택시·버스요금까지 잇따라 인상되면서 5% 고물가 시대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이 지속될수록 소비자들이 외식 등 식비를 줄이려는 경향이 강해 코로나 한창 때보다 어렵다”며 “그렇다고 ‘가격 경쟁력’을 포기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이 줄어 눈치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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