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공공요금 ‘쇼크’…외식업계 “코로나보다 더 힘들어”
입력 2023.02.06 06:51
수정 2023.02.06 06:51
폭설·한파 이어지며 겨울 채소 가격↑
올해부터 인상된 전기요금, 1월분 고지서 반영
난방비·식재료까지 "안 오른게 없다" 비명
외식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파와 폭설 영향을 받은 채소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난방비와 전기요금 급등까지 겹치면서다. 가뜩이나 야외 활동이 적은 겨울철이라 매출이 떨어졌는데 공공요금까지 올라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6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물가가 5.2% 상승했다. 3개월 만에 다시 상승폭이 커진 건데, 전기·가스·수도요금이 30% 가까이 급등한 탓이다. 이달 들어서도 공공요금과 전기료 인상, 한파에 따른 채소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채소 가격의 폭등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한파와 폭설 등 기후 영향이 컸다. 제주 등 주요 재배지에서 한파와 폭설로 무, 양배추, 당근 등 월동 채소의 피해가 발생한 탓이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비가 급등하면서 생산 단가가 오른 것도 채소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겨울 채소는 냉해 방지를 위해 난방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채소 생산비가 많게는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채소 도·소매 가격 인상은 대형마트 채소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A씨(50대)는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평년과 비교해 2배 정도 비싸다 보니 가게에 들어왔다가 ‘채솟값이 미쳤다’며 돌아나가는 손님이 절반 이상”이라며 “재래시장이라 마트보다는 덜 비싼 편인데도, 워낙 가격이 치솟으니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자영업자 최대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오늘 식자재마트에서 상추 한 상자에 6만원, 부추 한 단을 5200원에 샀다”는 호소가 올라오자 채솟값을 성토하는 댓글이 수십개씩 달렸다.
경기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50대)씨는 “연초에 줄줄이 오르는 식자재 가격도 부담스러운데, 채솟값마저 폭등하니 장사할 맛이 안 난다”며 “이전에는 야채를 쌓아놓고 손님들이 마음대로 가져가도록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더 달라고 할 때마다 가져다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거리두기 속에서 겨우 영업을 유지해온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자재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아 비명을 질렀다. 그러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난방비 폭탄까지 맞았다.
집이라면 난방을 약하게 하고 옷을 껴입은 채 버티겠지만 식당에선 손님 때문에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게 외식업계 공통된 하소연이다. 모든 재료와 에너지 비용까지 올라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다. 폐업까지 고민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영업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난방비 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오는 3월까지 넉달간 난방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기초생활급자와 차상위계층(기준 중위소득 50%이하 가구)까지 포함된다. 지원 대상에 자영업자가 빠진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50대)씨는 “가스를 많이 써서 난방비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지원 대상에서 빠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지원을 위해 쓴 돈은 내년도 가스요금에 포함할 계획이라니 정부가 돌리는 폭탄은 어느 계층이 감당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