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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동훈 띄우기' 된 민주당의 국회 대정부질문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2.13 00:00
수정 2023.02.13 00:00

野, 김건희 의혹으로 '李 수사' 물타기

'이에는 이' 한동훈 적극 방어로 차단

韓 논리 깨지 못하고 윽박·조롱에 그쳐

정책 질문에는 진지한 토론 모드 전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집중 공세를 벌였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띄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 장관의 정무감각과 논리, 전문성만 띄워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작은 지난 6일 정청래 의원이었다. 한 장관과 김건희 여사 사이 친분을 묻는 질문으로 포문을 연 정 의원은 "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뭉개고 있느냐"며 압박에 나섰다. 대정부 질의에 나서기 전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겠다"며 친민주당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디어까지 접수하는 등 단단히 준비한 정 의원이었다.


하지만 이미 소명이 끝난 해묵은 '김 여사와의 카톡' 문제를 들추는 데 그치면서 한 장관으로부터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는 빈축만 샀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권에서 민주당이 선택한 검사들이 2년간 수사를 하고도 기소조차 못한 사안"이라는 반론을 깨지 못했다. 말문이 막힌 정 의원은 "장관은 아주까리기름을 먹느냐. 왜 이렇게 깐족대느냐"며 조롱을 하는 데 그쳤다.


잘못된 '팩트'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망신을 산 사례도 있었다. '검사 기피 허용'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검사 기피를 허용하는 나라가 있느냐'는 한 장관의 역질문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있다"고 자신 있게 받아쳤다. 하지만 이는 전문위원 보고서에 언급된 '오스트리아'를 김 의원이 잘못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왜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피는 없고 회피만 있겠느냐. 기피는 수사 받는 사람이 자기가 불리할 것 같으면 계속 기피 신청을 이어가 정상적인 수사가 되지 않는다"며 "호주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추후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오스트리아도 검사에 대한 기피 신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 김 의원의 실수를 두 번이나 지적한 셈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도 중요하지 않은 부차적 사실"이라며 "엉뚱한 논란으로 논점을 흐리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어 "판사에 대해 제척, 기피, 회피 규정을 둔 것처럼 검사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재판 과정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의 공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으나 힘은 빠졌다.


장경태 의원의 경우에는 소위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해 한 장관으로부터 사과 압박을 받으면서 제대로 된 논리 전개도 펼치지 못했다. 한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녹취록을) 최고위원회에서 틀지 않았나.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 하나씩 정리는 하셔야 하지 않느냐"고 요구했고, 장 의원은 "좀 들어라. 항상 사람 말을 그렇게 안 듣느냐"고 짜증을 냈다.


"대통령과 영부인과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한다는 데 이런 명백한 허위사실을 왜 고발하지 않느냐"며 천공 관련 고발도 촉구했지만, "제보자 한 명 연락받고 (최고위에서) 틀고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TF·특검 하지 않느냐. 그리고 다 드러나면 입을 싹 씻고 아무 사과도 안 한다"는 한 장관의 반박에 장 의원의 공세는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한 장관이 대정부질문 내내 야당 의원들과 정치 공세만 주고 받은 것은 아니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주제로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는 수준 높은 토론을 통해 견해 차이를 확인하면서도 공론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과는 '화물연대 사업자 판단 근거'를 놓고 논리에 기초한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3일 연속으로 몇 시간씩 의원들의 공세를 받으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정치 공세는 프레임 밖에서 더 강하게 받아치고, 정책 토론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프레임을 잡고 일방적인 질문만 하는 것으로는 한 장관을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한 장관 스타일 파악이 아직도 안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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