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념'과 '보장'…尹·文 대북정책, 철학이 다르다
입력 2022.11.27 05:00
수정 2022.11.29 14:07
"공격해도 소용없다"는 걸
상대국에 각인시키는 '단념'
"공격 안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상대국에 심어주는 '보장'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유연성을 가미한 대북구상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남측 전·현 정부의 대북노선 '변화'를 들먹이며 위협 강도를 끌어올렸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4일자 담화에서 "(한국)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최근 전술핵 운용부대를 과시한 북한이 서울을 '과녁'으로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보다 강경한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에 불쾌감을 표한 셈이다.
尹·文정부 모두
'힘에 의한 평화' 강조
억지력의 '방법론'에선 차이
윤 정부와 문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 각각 '힘에 의한 평화' '힘의 우위에 기초한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실제로 윤 정부는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 등에 박차를 가하며 "압도적 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문 정부 관계자들은 문 전 대통령 재임 중 증가한 국방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렇듯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 확보는 전·현 정부에서 모두 확인되는 흐름이다. 하지만 억지력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론'에 있어선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尹정부는 '단념'에 방점
"'단념' 안되면 '보장'도 불가능"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 23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7차 세종국방포럼에서 위협을 가하는 상대국 공격을 억지하는 방안으로 2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며 '단념(dissuasion)'과 '보장(assurance)'을 언급했다.
윤 정부 대북정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한 '단념'은 "공격해도 소용없다"는 점을 상대국에 각인시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반대로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줘 상대국이 굳이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보장'을 꾀하는 방법도 있다는 설명이다.
차 연구실장은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추구해온 전략 자체가 우리(남측)가 (군사적으로) 더 우위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먼저 '단념'이 안 되면 '보장'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이 비핵국가인 남측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자신하고 있는 만큼, '단념'을 통한 억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강력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한 핵위협을 억제하고(deterrence) △제재·압박을 통해 핵개발을 단념시키며(dissuasion) △외교·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는(diplomacy) "총체적 접근을 통해 북한 스스로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윤 정부 대북구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文정부 '보장'에 무게
"양보해서 국면 전환해야"
하지만 전임 문 정부는 실질적 군사 우위를 한미동맹이 점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보장'에 힘을 실었다.
문 정부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평가받던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지금 억지의 악순환이 한반도 위기 국면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려면 대화와 협상밖에 없을 텐데 약자는 절대 먼저 양보하지 않는다. 강자가 소위 양보를 해서 국면전환을 시켜야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정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 연합훈련 취소, 선제적 제재완화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실패했다.
평화를 위해 양보는 불가피하다는 문 정부 접근법은 북한의 불법 도발마저 침묵하는 저자세로 귀결돼 국민적 동의는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 지지도 얻지 못했다.
차 연구실장은 "왜 북한을 '보장'시켜주는 데만 주력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불안하다는 국민들을 '보장'시키는 데는 관심을 안 가져야 하느냐"며 "제가 보는 판단 내에서는 (북한을) '단념'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차 연구실장은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아무리 얘기해도 서로 해석이 달라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보장'이든 '단념'이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