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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조 파산’ FTX, 8700억원 해킹까지…’코인판 리먼사태’ 벌어지나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2.11.14 14:17 수정 2022.11.14 16:37

부채 규모 최소 13조원에서 최대 66조원…美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

가상화폐 파산법에 따라 보호되지 않아 구제금융 지원 없을 가능성

FTX 본사 소재지 바하마, FTX 위법행위 조사…8700억원 해킹 ‘설상가상’

FTX 홈페이지와 로고ⓒAFP 연합뉴스

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코인판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서 가상화폐는 파산법으로 보호되는 자산에 포함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높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FTX는 미국 델라웨어주의 한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파산법의 챕터 11은 기업의 자산과 채무를 구조조정해 회생 기회를 주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최대 500억 달러(약 66조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산 신청 하루 전인 10일 기준 FTX의 유동 자산은 9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FTX 파산은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됐다. 2일(현지 시간) 미국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제표를 입수해 “FTX가 자체 발행 가상화폐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몸집을 키웠다”며 재무건전성 이슈를 제기했다. 닷새 뒤인 7일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한 FTT를 모두 처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투자자들이 곧바로 자금 인출에 나서면서 그 다음날인 8일 약 60억 달러(약 8조원)가 대량 인출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졌다. 바이낸스가 인수 의사를 밝힌 뒤 실사 후 철회한 것이 이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는 사임했으며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존 J 레이 3세가 CEO를 맡아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 그는 2001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이 회계 부정으로 파산했을 때 청산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FTX는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도 받을 전망이다. 앞서 뱅크먼 프리드는 고객 펀드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어치를 알라메다로 비밀리에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알라메다리서치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어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미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FTX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당국은 FTX의 파산 관련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이미 착수했다.


설상가상으로 파산 신청 직후 FTX가 보유 중이던 6억6200만달러(약 8732억원)어치의 가상화폐가 갑자기 사라졌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은 “이렇게 사라진 가상자산은 곧바로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으로 환전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해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피해는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현재 채권자는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으로 광범위하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비전펀드를 통해 약 1억달러(약 1319억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산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도 지난해 4억2000만달러(약 5540억원) 규모의 FTX 펀딩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에서 FTX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1만140명이었다. 업계는 이들이 FTX를 통해 국내 거래소에서 불가능한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을 투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FTX와 FTX US는 모두 가상자산 출금을 막은 상태다.


다만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FTT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FTT가 상장돼 있지만 거래량이 많지는 않다”며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FTT 투자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FTT를 상장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 등으로 이들은 오는 26일부터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 FTT 코인 출금은 오는 12월 10일까지 지원한다.


심지어 미국에서 가상화폐는 파산법으로 보호되는 자산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불안감은 더욱 높다. AP통신은 “최근 수년간 벌어진 파산 사건 중 가장 복잡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채권자 범위를 가려내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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