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신의 ‘형수 욕설’보다 더 ‘극단적’인 게 있을까?
입력 2022.10.10 07:07
수정 2022.10.10 05:04
합동 군사 훈련에 ‘친일’이라고 비난
문 정권 대북‧대중 외교야말로 ‘참사’
자해공갈단 난동 끝날 기약 없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또는 ‘다이쥬’로 불리는 경우가 (아마도) 더 많았다. 그는 목포상고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하려 했으나 미 해군의 해상봉쇄로 포기해야 했다. 1998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목포상고 시절 담임교사였던 무쿠모토 이사부로에게 전화로 인사를 했다.
“선생님, 접니다. 도요타입니다.”
그 때 방일에서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했다. 그는 일본문화개방을 약속함으로써 국내의 강한 우려와 반발을 초래했었다. 제2차 연평해전 바로 다음날인 2002년 6월 30일 일본으로 가서 아키히토 일본국왕과 한일월드컵 축구경기 결승전을 관람했다. 7월 1일에 치러진 전사자 합동영결식에도 가지 않았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을 ‘친일’로 규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와 군에 대해 ‘극단적 친일’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일의 동해 합동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합동 군사 훈련에 ‘친일’이라고 비난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극단적 친일’이 뭔지는 아마도 잘 이해하지 못할 듯하다. 그러므로 이 대표가 설명을 해 줘야 한다. ‘극단적 친일 국방’의 의미에 대해서도 명확한 개념규정을 해 줄 필요가 있다. 국민 들으라고 한 말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이 알아듣게 뜻풀이를 해 줄 의무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극단적’이라니까 생각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가족(형수)에게 이 대표만큼 극단적인 표현의 욕설을 퍼부은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는 전설로도 들은 적이 없다. 그렇게 갈 데까지 간 것을 ‘극단’이라고 한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서 실시한 한미일 합동훈련이 그 정도로 막 가버린 행위였다는 것인가?
이 대표를 비롯하여 민주당 사람들은 ‘친일’을 미운 상대에 대한 저주의 ‘주문’ 쯤으로 인식하는 인상을 주어왔다. 자기들은 ‘반일’의 화신인 양하는데, 그러다가 당내의 여러 사람이 친일파 자손인 게 드러나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일부는 정치 폐업을 했지만 일부는 꿋꿋하게 정계 중심부에 버티고 있다.
어쨌든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혹은 군이 ‘극단적 친일 행위’를 했다면, 그들이 ‘친일’로서 얻을 수 있는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 대표가 대답해 줄 일이다. 괜히 국민의 원성을 들어가며 ‘친일’을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반대로 이런 의문도 든다. 한미일 합동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건 뭔가.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서 일본을 배제하면 누가 어떤 이익을 본다고 여기는가. 김정은의 미사일 불꽃놀이를 구경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미국이 우리의 일본 배제 요구를 수용하리라는 보장은 있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만약 그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고 하면 미국과의 관계까지 끝내도 그만이라는 것인가. 우리가 그런 훈련에 참여하면 일본의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게 된다는 논리도 난해하다. 이 대표는 일본이 우리가 인정하고 인정 안하고에 따라 ‘재무장’, ‘보통국가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통지라도 해 온 듯이 말하고 있다. 그건 그 사람들이 결정할 일일 텐데?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위해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방안을 채택하면 된다. 아닌가?
문 정권 대북·대중 외교야말로 ‘참사’
이 대표 식의 논리에 편승하고 있는 민주당과 그 주변 사람들은 북한 김정은 집단과 중국에 대해서는 과공(過恭)으로 일관해 왔다. 이들이 종주(宗主)로 떠받들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일전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감사원의 서면질문서 수령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을 통해 전한 것이 “대단히 무례하다”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북한 김여정의 직간접적인 온갖 비난과 조롱에는 한 마디 반박조차 없었다.
중국에 대한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2017년 국빈방문 때, 3박4일 동안 열 끼의 식사 가운데 단 두 끼만 대접을 받았을 뿐이다. 수행 취재하던 우리 기자가 그쪽 경호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었다. 그 중국에 대해 문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겠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중국 측은 거기에 1한, 즉 이미 설치된 사드의 운용 제한까지 보탰다). 그랬으면서도 중국 측 사드 보복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이 윤 대통령의 유럽·미국 순방에 대해 ‘외교참사’ 한미일 합동훈련에 대해서는 ‘국방참사’라고 했는데, 참사(慘事)란 ‘참혹한 일’,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뜻이다. 말 잘한다는 이 대표가 그런 뜻도 생각 않고 옆에서 떠드니까 덩달아 앵무새 흉내를 냈다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내질렀는가. 고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은, 약간의 차질이 있었지만 무난히 끝났다. 미국에서의 실언이라고 하는 ‘이XX들’ ‘바이든’은 윤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MBC의 자막이었을 뿐이다(아무도 분명하게 들었다는 사람은 없는데 민주당만 기정사실화해서 주장하고 있다. 혹 인지장애·청각장애 참사는 아닌가?). 굳이 ‘참사’라고 하려면 문 정권 때의 대북·대중 안보 및 외교 정책에나 붙여 줄 일이다.
자해공갈단 난동 끝날 기약 없는데
이 대표가 알아야 할 것은 대선 패배의 요인이다. 당시 민주당은 172석, 국민의힘은 106석이었다. 이 대표 자신은 정치행정 분야의 베테랑으로 자처하면서 초보운전자(윤 대통령)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후보가 결정된 후 단합했으나 국민의힘은 내분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 후보는 당에 확실한 연고를 가졌었지만 윤 후보는 신입 당원이었다. 20대 대선은 이 후보나 민주당으로서는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런데 졌다.
이 대표 자신의 허물이 너무 큰데다 켜켜이 쌓인 것으로 비쳐졌다. 게다가 문 정권의 적폐가 그 이전 정권 때의 적폐를 찜 쪄 먹을 정도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었다. 그 한 단면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강행이었다. 당헌까지 고쳐가면서 국민을 속였다. 유권자의 신뢰를 민주당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또 남 탓을 하면서 잔꾀로 상대를 해코지하려고 한다면 기다릴 것은 패배뿐이다. 경제의 위기국면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자랑이자 자존심의 표상인 기업들이 초긴장상태라고 들린다. 급등하는 물가에 서민들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중국·북한과 한편 먹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세계를 끌어안고 벌이는 자해공갈단 난동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이런 시점에 대통령의 해외 순방 외교, 한미일의 합동 군사훈련을 ‘참사’로 몰며 때 아닌 ‘친일’논쟁에 불을 붙이다니!
이 대표와 초거대 민주당은 어떻게 하는 것이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인지 고민할 때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거대정당 내의 지위를 자기 구명의 수단으로 삼아 정부여당과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선정(善政)의 요체는 애민(愛民)이라고 생각된다. 국민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정당 및 정치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내 ‘민심이반의 참사’를 초래하겠다면야 어쩌겠는가만….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