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현장] 빌리 아일리시, 고척돔 홀린 Z세대 아티스트…태극기·기후 위기 퍼포먼스까지
입력 2022.08.16 04:58
수정 2022.08.16 04:59
빌리 아일리시가 몽환적인 목소리 하나로 고척돔을 가득 메웠다.
15일 오후 8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가 개최됐다.
이번 내한 공연은 26번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로 당초 2020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다. 오래 기다린 관객들은 공연 전부터 굿즈를 사고 그의 노래를 부르는 등 어느 때보다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빌리 아일리시는 '첫 곡 '베리 어 프렌드'(bury a Friend)를 부르며 등장했다. 첫 곡부터 빌리 아일리시가 마이크를 넘길 때마다 떼창과 연신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첫 무대가 끝난 후 빌리 아일리시는 "소리를 지르고 댄스를 추는 등 마음 껏 음악을 즐겨달라고 당부하며 지난해 7월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곡 '아이 디든트 체인지 마이 넘버'(I Didn't Change My Number), '엔디에이'(NDA), '데어포어 아이 엠'(Therefore I Am)을 연달아 열창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T자 형으로 구성된 무대를 구석구석 누비다가도, 바닥에 누워 요염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빌리 아일리시에게는 댄서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세트, 퍼포먼스는 필요 없었다. 그의 목소리와 연주 세션들 정도면 충분했다. 스크린도 특별하게 준비한 VCR이 없는 경우 빌리 혹은 관객들의 모습을 비췄다.
두 번째 내한 소감으로 "4년 전 공연했는데, 여기 다시 오게 만들어줘 고맙다"라고 밝힌 빌리 아일리시는 한층 성장해 있었다. 2018년 악스홀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난 빌리 아일리시는 2만여 명의 수용 가능한 고척돔에서 뛰어난 실력과 독특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 하나로 감동시켰다.
이어진 '더 써 티스'(The 30th) 무대에서는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몸을 맡긴 채 고척돔을 서정적인 감성으로 물들였다. 관객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작동시킨 후 좌우로 흔들며 마치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로스트 커즈'(Lost Cause) 공연에선 빌리가 관객이 던진 태극기를 받아 활짝 펼치는가 하면 어깨에 걸친 채로 노래를 불러 관객들로부터 더 큰 박수를 불렀다.
빌리 아일리시의 무대 중 하이라이트는 '올 더 굿 걸스 고 투 헬'(all the good girls go to hell)과 그의 최고 히트곡 '배드 가이'(Bad guy)였다. 캘리포니아 산불을 모티브로 만든 '올 더 굿 고 투 헬'의 노래가 울리면 VCR은 불길로 변하며 지옥처럼 변한다. 이후 기후 위기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캠페인 사진과 영상이 교차로 편집돼 나온다.
빌리 아일리시는 환경 비영리 단체 리버브와 함께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투어 때마다 탄소 배출을 최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줬다.
'배드 가이'는 모든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뛰어다녔을 정도로 신나는 록 무대로 꾸며졌다. 그는 '굿 바이'(Goodbye)를 마지막으로 부른 후 태극기를 다시 한 번 펼쳐들며 "정말 고마웠다. 사랑한다! 서울"이라는 말로 90분 공연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아일리시는 2019년 발매한 데뷔 앨범 '웬 위 올 폴 어슬립, 웨어 두 위 고?'(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로 이듬해 제 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상,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등 5관왕을 차지했으며 2021년 그래미에선 2관왕을 수상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