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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같은 공연장 빌리는데…왜 ‘클래식’은 싸고 ‘대중음악’은 비쌀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8.15 13:30
수정 2022.08.15 08:33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공연장 41곳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협회 "장르별 대관료 차등 지급,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 적용"

공연장 "순수예술 보호하기 위한 차원..차별아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가 대중음악 공연 차별과 관련해 국내 공연장 41곳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의 가격 및 대가를 수급 변동하거나 차등을 주는 위반행위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음레협에 따르면, 41곳의 공연장에서는 장르별로 대관료를 차등 지급받고 있다. 대중음악 공연과 비교했을 때 전통예술, 클래식, 발레, 무용, 오페라, 뮤지컬 장르는 10%부터 많게는 50%까지 대관료 할인을 받고 있는 주장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왼쪽)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홈페이지
음레협 “장르별 차등 대관료 용납 안 돼” vs 공연장 측 “차별 아냐”

고발 대상에는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의 유명 대형 공연장도 포함됐다. 세종문화회관 대관료(대극장, 1회 기준)는 한국전통예술 450만원, 클래식·발레·무용·오페라 550만원, 뮤지컬·콘서트 900만원, 행사 1000만원이다. 뮤지컬의 경우는 대부분 장기간 진행되기 때문에 할인이 적용된다. 예술의전당 대관료(오페라극장, 1회 기준)는 오페라·발레·연극·무용 등 500만원, 뮤지컬·기타 930만원이다.


협회는 “지난 1월부터 대관료 차등 측정 사유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으며,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할인 대관료를 적용했고 뮤지컬의 경우 장기 공연이 많아 할인을 해주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뮤지컬과 대중음악은 순수예술에 비해 대관료가 높은데, 뮤지컬은 대부분 장기 공연 할인을 받기 때문에 결국 대중음악만 비싼 대관료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측은 ‘차별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뮤지컬과 대중음악에 비해 오페라나 발레, 고전음악 등 예술 공연을 우선시하면서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순수예술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란 설명이다. 뮤지컬에 적용되는 장기 이용 할증 역시 차별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회장은 “일정 기간 이상 이뤄지는 공연의 경우 장기 할인이라는 항목이 별도로 존재한다. 때문에 장르에 따라 할인을 적용한다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면서 “국립 공연장은 나랏돈을 지원 받는 곳이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장르별로 대관료를 다르게 받겠다는 것은 차별이고 불공정 행위”라고 다시 꼬집었다.


“관습처럼 내려오는 대중음악 차별 행위 뿌리 뽑을 것”

대중음악 업계의 이 같은 목소리는 대관료에 대한 문제 제기인 동시에, 오랜 시간에 걸쳐 뿌리박혀온 ‘장르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한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다수 장르의 공연이 좌석 띄어앉기 등의 조치를 취하며 정상 개최됐던 것과 달리 대중음악 공연의 경우 ‘떼창’ ‘함성’으로 인한 비말 전파 위험이 크다는 낭설이 퍼지면서 공간, 인원 등에 대한 제한이 다른 장르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돼 왔다. 사실상 코로나 기간 대부분의 대중음악 콘서트·페스티벌 등이 취소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예술’에는 대중음악이 속해 있지 않다. 대중음악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대중음악은 대관 심사 자체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박혀있는 대중음악에 대한 차별이 반영된 결과다. ‘대중음악은 천박하다’ ‘대중음악은 예술·문화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순히 대관료를 적게 내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곳곳에 관습처럼 내려오는 대중음악 차별 행위에 대해 뿌리 뽑으려는 것”이라며 “국악은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이기에 할인을 적용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외의 장르와 대중음악을 차별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런 행위를 찾아내고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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