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헌 80조, 야당 침탈 루트"...박용진 "사당화" 강훈식 "시기 부적절"
입력 2022.08.09 10:54
수정 2022.08.09 10:54
李 "당대표 되면 尹에 반드시 영수회담 제안"
姜 "대통령실 전면 개편·내각 총사퇴 요구"
朴 "여야정 협의체 구성 합의하는 게 중요"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재명·박용진·강훈식 후보(기호순)가 9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당헌 80조 개정' 논란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당헌 80조 개정에 대해 이 후보는 '긍정', 박 후보는 '반대', 강 후보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 포문은 박 후보가 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가 주최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오죽 불안하고 자신이 없으면 당헌까지 개정하느냐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건이 존재한다"며 "사당화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면, 이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게 맞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 제80조는 '사무총장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도 "어쩌다 우리 민주당이 부정부패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당헌·당규조차 개정하려고 하는지 우려스럽다"며 이 후보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현행 당헌 80조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여당일 땐 상관없는 조항인데 (지금 민주당은) 야당이 됐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의 지나친 권력 행사가 문제 아니냐. 정부여당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당헌 80조 개정 움직임은 당원 운동 이전부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조항 자체가 박 후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정부패, 뇌물수수,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있을 경우에 해당하는데 저는 그런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국민의힘은 여당일 때든 야당일 때든 비슷한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여당이 됐을 때와 야당이 됐을 때 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내로남불'과 '사당화' 논란에 휩싸이면 안 된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강 후보는 "당헌 개정을 안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맞고,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면서도 "검찰공화국이라는 문제 인식 속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1심 판결까지 지켜보는 게 맞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영수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협력과 견제는 야당의 본연 역할이고 윤석열 정부는 지금 제가 보기에는 거의 진퇴양난 상태에 빠진 것 같다"며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반드시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목소리도 전달해 드려야 하고 우리가 협력해서 만들 수 있는 민생 해결 방안과 경제 위기 극복 방안, 외교적 문제 등에 대해 우리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수회담의) 핵심은 (대선에서 여야가 함께 약속했던) 공통 공약 추진"이라고 했다.
반면 강 후보는 "저는 생각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가 얼마 안 되는 임기 동안 이런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국정운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뜻"이라며 "(야당은) 대통령실 전면 개편과 함께 내각 총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거기서 민생이나 여야 공통 공약사항 등을 논의하는 게 첫 번째"라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했던 민형배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와 관련해선 "민 의원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탈당한 것이 아니다. (복당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박 후보는 "민 의원의 탈당을 '당의 요청'으로 규정하면 그야말로 위장탈당 논란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셈이 된다"며 "온정주의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