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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도 추미애 사퇴 기다리다 망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8.08 10:29
수정 2022.08.08 10:29

국민들은 장관 자진 사퇴보다 대통령의 경질에 환호

윤석열, 휴가 후 박순애 처리에 국정 동력 달려

지지율 최소 10% 까먹은 사람 결단 불가피

5세 취학, 외고 폐지 우왕좌왕으로 능력도 0점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세에서 만 5세로 하향하는 학제개편안 검토 및 추진에 나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 연령 하향과 관련해 교원과 학부모 등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부모 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순애에게는 ‘부총리’란 말이 잘 안 붙는다.


문재인 정부 교육부 장관 유은혜에게는 홍남기와 함께 언제나 부총리라는 겸직 직함이 언론 보도에 따라다녔다. 박순애는 그냥 장관이다. 왜 그럴까?


언론, 즉 국민 정서가 그녀를 부총리로 생각해 주지 않아서고, 부총리로 부르고 싶지 않아서다. 진보좌파든 보수우파든 박순애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본인이 자초한 결과다. 도대체 깜이 안 되는 여자 교수가 덥석 부총리 자리를 물었다가 느닷없는 정책 발표로 중요 부처 수장으로서 준비가 전혀 안 됐고 기본 소양, 능력도 부족한, 부총리는 물론 장관 자격도 없는 ‘인재’임을 스스로 폭로했다.


그녀는 임명장 수여식 때 벌써 수상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앞으로 열심히 해 달라.”

20여년 전의 실수(만취 음주 운전) 등으로 호된 비판을 받은 것에 임명권자로서 미안하기도 했고, 공격을 한 야당과 언론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섞여서 윤석열은 그런 위로와 격려의 말을 했을 것이다. 박순애는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명장만 받았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사합니다”나 “죄송합니다”라고 예의를 표하거나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텐데, 심통이 난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건 성격의 일단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새 정부에 부담을 줬다는 기색도 없고, 자기는 어떤 잘못도 없는 사람이란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박순애는 사회과학(행정학) 박사 교수 출신이다. 교육 행정뿐만 아니라 교육 관련 학문을 해본 적도 없다. 현실 정치 참여에는 관심이 많아 선거 때마다 페미니스트 학자로서 좌우 양 진영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이번 윤석열의 장관 지명도 그녀 태생지 부산 출신 전 인수위원장 안철수와 박수영(친윤계 핵심 초선)이 추천했다는 설이 있다. 서울대 교수 박순애가 ‘방석집 학점’ 주인공 외대 교수 김인철 낙마 후에 낙점된 것은 이 두 사람의 추천(설이 사실이라면) 외에 워싱턴포스트 한국계 여기자 덕이 컸다.


진보좌파 신문 여기자가 ‘새 정부 각료 중에 여자가 너무 없다’는 식으로 불쑥 추가 질문을 해 윤석열이 당황했다. 이후 그는 박지원이 ‘순발력 100점’이라고, 참으로 박지원답게 순발력 넘치는 평점을 내린, ‘장차관 3명 전원 여자’ 지명을 발표했다. 박순애와 보건복지부 박승희, 식품의약처 오유경이 그들인데, 박승희는 정치 후원금을 남편 승용차에 썼다는 의혹 등으로 일찌감치 자진사퇴했다.


윤석열에게 이런 순발력은 전혀 필요 없는 능력이고 오히려 그의 우직한 이미지를 해치는 위험한 요소다. 그 여기자의 지적은 참고만 했어야 했다.


이쯤에서 그는 박순애를 김승희보다 더 잘못 봤다고 솔직히 인정해야만 한다. 우선, 그녀는 동네 개차반이나 저지를 음주 운전 범죄자다. 혈중 알콜 농도가 무려 0.251%였다. 단속 기준은 0.03%이고 면허 취소 기준은 0.056%다.


아무리 21년 전, 그녀가 젊은 36세 때 있었던 일이고 재판까지 받은 사건이라고 하지만, 여자가(남녀 차별 아닌 우리 사회 통념), 교수가, 부총리 후보가 그런 전과를 달고 나올 수는 없었다. 그것도 공정과 상식이 모토인 윤석열 새 정부 아닌가?


윤석열이 또 잘못한 건 이런 사람을 극렬히 혐오하고 반대하는 국민 여론에 대항한 것이다. 문제의 ‘전 정권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 봤나?’라는 도어스테핑 답변이다.


박순애는 전(문재인) 정권 때보다는 나은 장관이 아니라 정확히 전 정권 수준의 무능한 여성 인사라는 게 5세 취학과 외고 폐지 파동에서 드러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다. 백 사람이 백 가지 계획을 갖고 있다는 말도 된다. 교육하는 사람이나 교육받는 사람, 교육으로 먹고 살고 그 인재들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그래서 교육 정책을 세우고 바꾸기가 어렵고 교육 장관 잘 하기가 힘들다.


그런 나라에서 만취 운전자가 새로 장관이 됐으면 일이라도 무난하게 해야 하는데, 박순애는 첫 작품이 어처구니없는 똥볼이었다. 느닷없이 만 5세 어린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겠다는 정책 발표에 전국이 뒤집어졌다.


업무 보고를 받은 윤석열은 의외로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박순애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 국가가 보육을 책임져 엄마들의 사회 활동을 지원한다는 아이디어, 지지율 반등 기회를 잡는 정책적 계기…….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대통령의 ‘순발력’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교원 단체들이 흥분하고, 교사들도 보육 업무까지 맞는 걸 원하지 않으며, 밥줄이 끊어질 유치원 업계가 드러누울 태세인 데다 학부모들까지 부화뇌동으로 반대 대열에 가세하자 박순애의 신발이 벗겨져 버렸다. 기자들 질문을 피해 도망가듯 걷다가……. 이런 졸속, 망신이 또 없다. 덜컥 내놓은 외고 폐지 방안도 반발이 커 5세 취학처럼 없었던 일이 되게 생겼다.


박순애가 까먹은 윤석열 지지율은 최소 10%다. 억울해서 너무 오래 버틴 정호영과 합하면 20%는 족히 넘을 것이다. 여론조사에 문제점이 많긴 해도, 20%대 지지율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새 정부 국정 개혁 동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윤석열은 휴가 중에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생각도 많이 했을 것이다. 결단의 시점이다. 그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문재인도 국민적 미움을 받던 ‘천방지추 망나니’ 추미애 경질을 나중엔 고민했다. 정권이 넘어가는 지지율 폭락 주범을 오래도록 안고 갈 수는 없었다. 효용 가치가 다 떨어졌는데도 그녀의 ‘검찰 개혁’ 서슬에 머뭇거렸다.


일찍 자르고 민심을 수습했으면 0.73% 표차를 간단히 뒤엎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을 확률이 100%였다. 그러나 결단을 못 내리고 사퇴해 주기만 기다리다 망했다.


한국 국민들은 자진사퇴보다는 경질에 환호한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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