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김동연 '호남 10%'의 의미…정계개편 촉발할까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06.18 03:00
수정 2022.06.17 23:13

야권개편, 늘 호남 민심 변화가 선행

김동연, 전국·호남서 이낙연 앞섰다

"호남서 '김동연의 일생' 카톡 돈다"

박지원 "민주당에서 김동연 대두"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당선인의 사진 왼쪽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흉상이 보인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1 지방선거를 통해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선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을 바라보는 호남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야권의 개편에는 항상 호남의 민심 변화가 선행해왔다는 점에서, 김 당선인의 향후 호남 지지율 추이가 주목된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설문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김동연 당선인은 4%의 지지를 획득했다. 객관식이 아닌 자유응답 형태로 설문한 이 조사에서 1% 이상의 지지를 받은 인물은 총 8명이었는데, 야권에서는 이재명 의원에 이어 김 당선인이 2위였고, 이낙연 전 대표가 그 뒤를 따랐다.


특히 눈길이 끌리는 것은 광주·전남북(호남)의 지지율이다. 김동연 당선인은 호남에서 10%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호남 유권자 열 명 중 한 명이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별도의 주어지는 보기 없이도 김 당선인을 떠올렸다는 의미다.


김동연 당선인의 호남 지지율 10%는 이 권역에서 4선 국회의원을 하고 도지사까지 지낸 이낙연 전 대표(3%)보다 높은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6·1 지방선거 직후 호남이 김동연 당선인이 주목하고 있다는 신호는 정치권 곳곳에서 나왔다. 박원석 정의당 전 정책위의장은 "요즘 호남 지역의 중장년층들 사이에 카톡이 막 돈다고 한다"며 "'김동연의 일생' 이런 게 벌써부터 돈단다"고 전했다.


호남에서 회람된다는 '김동연의 일생'에는 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점과 함께 어려서 판잣집이 철거되면서 경기 성남으로 이주당해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한 점, 상고와 야간대를 다니며 고시에 합격한 점, 경제부총리를 그만두고서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로펌행을 고사한 점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이 김 당선인의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 9단'이자 호남 민심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는)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선두"라면서도 "우리 민주당에서도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대두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이 호남 민심에 주목하는 이유는 야권발 정계개편이 있기 전에는 항상 호남 민심의 변화가 선행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과 이듬해 열린우리당 분당은 호남이 영남 출신 노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2002년 3월 15일의 이른바 '광주의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호남의 지지는 4년여 뒤인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철회됐다. 열우당 후보는 전북지사 후보 한 명만이 당선됐으며, '호남의 심장' 광주광역시의 5개 구청장 후보는 전부 낙선했다. 호남의 민심이 변하자 열우당의 정치적 생명력은 끝장났고, 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어지는 정계개편의 폭풍이 시작됐다.


'호남 5% 쇼크' 새정치聯 분당 변곡점
선거 투표율 낮은 점도 현 상황과 일치
"민주 분당사 보면 결국 호남 움직임"
"호남 표심, 동쪽서 북쪽 향할 개연성"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과 경기도의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16년의 새정치민주연합 분당과 국민의당 창당도 호남 민심의 변화가 선행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2015년 11월의 '호남 5% 쇼크'는 새정치연합 분당의 변곡점이었다.


한국갤럽이 2015년 11월 10~12일에 걸쳐 설문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호남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연합 대표는 5%의 지지를 얻어 안철수 의원(14%)은 물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문재인 대표가 전국적으로는 12%의 지지를 얻어 김무성 대표(13%)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안철수 의원(8%)을 앞섰는데도 새정치연합은 '호남 5% 쇼크'에 들끓었다. 진성준 의원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주장했고, 지도부가 한국갤럽을 항의방문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개될 정도였다.


당시는 10·28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참패하고, 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였다. 박지원 전 원장은 당시 "호남에서 (문 대표의 지지율이) 8%가 나온 것도 충격이었는데, 다시 5%로 하락했다"며 "10·28 재·보궐선거에서도 우리 지지층이 투표장에 안 나왔기 때문에 20% 미만의 투표율이 있었지 않느냐. 민심은 드러난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 달여 뒤 새정치연합은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당됐다. 공교롭게도 호남 민심의 변화와 함께 호남에서의 저조한 선거 투표율(6·1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 37.7%)마저 현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석 전 의장은 "과거에 민주당이 분당됐던 역사를 보면 결국에는 호남에서의 어떤 움직임"이라며 "여전히 호남은 정치적 공백이 있다. 다음번 대선에서도 호남이 전폭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밀어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계개편이 반드시 분당(分黨)이라는 폭발적인 형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호남 유권자들이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속에서 김동연 당선인이 획득할 호남 지지율의 추이는 향후 지속적으로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시사평론가 공희준 전 서프라이즈 편집장은 "민주당이 야심차게 등판시킨 영남 후보를 정작 영남권에서는 외면하고 있다. 영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영남 후보를 '영남의 옷을 입은 호남 후보'로 판단하는 탓"이라며 "반면 부친의 출신지가 충청인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하면 김동연 (당선인)은 충청 유권자들에게 '우리 고향 사람'이라는 느낌이 훨씬 더 짙고 선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호남 민심은 종전과는 분명하게 차별화된 선택을 분연히 감행하게 될지 모른다"며 "답답한 족쇄를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겠다는 호남 여론의 변화가 여태까지는 동쪽인 영남으로만 흘러갔던 호남의 표심을 북쪽(충청)으로 향하도록 이끌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