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혼돈의 민주당] ③ 한 산에 두 호랑이…김동연, 차기 대권 가능성은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06.07 06:54
수정 2022.06.07 06:54

민주당, 불탄 자리서 김동연 건졌다

스토리 갖춘 '경잘알' 경제관료 출신

"소년공·검정고시보다 '패'가 강해"

충북 음성 고향이라는 점도 경쟁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낙연 전 대표·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170석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이 혼돈에 휩싸였다.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의 영광스럽던 시절을 뒤로 하고, 2021년 보궐선거·2022년 대선·2022년 지방선거까지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성자필쇠(盛者必衰)는 역사의 이치라지만 '질서 있는 후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6·1 지방선거 참패 와중에 민주당이 거둔 유일한 결실이 있다면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다. 정당만 보고 찍는 비례대표 경기도의원 투표에서는 민주당(45.4%)이 국민의힘(50.1%)에 26만9694표(4.7%p)나 졌지만, 김동연 당선인(49.1%)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48.9%)를 8913표(0.2%p) 이겼다.


정당투표에서 국민의힘을 찍은 유권자 중 상당수가 도지사는 김동연 당선인을 찍는 '교차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김 당선인의 중도 확장력이 경기도지사 선거를 통해 극적인 방식으로 입증됐고, 인물난에 허덕이던 민주당에 대권 후보군이 한 명 늘어난 셈이 됐다.


김동연 당선인의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은 △스토리가 있다는 점 △자기관리를 잘했다는 점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 △고향이 좋다는 점 등이 꼽힌다.


김 당선인은 어린 시절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와 다섯 동생이 함께 살던 청계천 판자집까지 헐렸다. 성남으로 이주당해 상고를 나온 뒤 고졸행원으로 입사해 가족을 부양한 소년가장 출신이다. 야간대 다니면서 고시를 합격해 경제부총리까지 올랐는데, 자수성가한 뒤에도 인간적 시련은 이어졌다. 혈액암(백혈병)으로 투병하던 27세의 큰아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것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성공한 사람들은 사실 다 학연 등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는데도 자기가 잘나서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분만큼은 아빠찬스·엄마찬스·학연·지연이 없었다고 자신할만하다"며 "소년공·검정고시보다 '패'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조차 "아들을 먼저 보낸 것도 그렇고, 들어보면 누구나 '짠내 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분"이라며 "특히 요즘은 일가친척 중에 암 환자 한 명 없는 사람이 없는데, 환우 가족들이 고통받는 진료비·간병비·보험수가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경계했다.


민주당 전략은 '영남후보론'이었지만
지난 3·9 대선서 TK 표 깨오지 못해
'백제불가론' 딛고 '충청후보론' 뜰까
1957년생…'나이'는 초조한 요소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지난해 8월 충남 공주시 리버스컨벤션에서 공주사회단체협의회 주재로 열린 충청인 간담회에 초청받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당선인의 고향은 충북 음성이다. 배우자 정우영 씨도 충남 논산 출신이며, 일가친척이 충청권 각 시·군에 두루 포진하고 있다. 유권자 432만 명의 광주·전남북과 431만 명의 대구·경북을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쪼개갖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충청도를 차지하느냐는 대선의 핵심이다.


지난달 19일 수원 못골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김 당선인은 '충남상회' 앞에 도착하자 주인의 고향부터 대뜸 물었는데, 충남의 웬만한 시·군과는 다 연고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당시 상회 주인이 "충남 예산"이라 답하자, 김 당선인은 "우리 장모가 예산 출신"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대선 전략은 영남 후보를 내세워 영남 표를 일부 잠식하고, 거기에 호남의 90% 몰표를 더해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범 사례였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러한 전략으로 당선됐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경남 고성)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부산)도 이러한 전략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이 키우던 후보군이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는 PK가 아니라 TK 후보를 내봤는데 성과가 없었다"며 "자기가 안동 출신이면 TK 표를 깨왔어야 했는데 대선에서도 효과가 없었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TK에서 완전히 궤멸된 수준"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TK 표를 못 깨오는 영남 후보라면 호남이 몰표로 밀어줘야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백제불가론'이라지만 충청이나 호남 대권주자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김동연 당선인의 약점으로는 △나이 문제 △세력 부재가 꼽힌다. 당장 경기도지사 선거도 이재명 의원의 조직을 빌리다시피 해서 치렀다는 점은 정치권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나이다. 김 당선인이 경쟁자였던 김은혜 후보처럼 1971년생이었으면 급할 게 없다. 그런데 김 당선인은 1957년생이다. 이재명 의원(1963년생)보다 나이가 많다. 이 의원에게 차기를 양보하고 본인이 차차기로 물러앉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선후보 당내경선 사례로 꼽히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52년생 박근혜 후보보다 41년생 이명박 후보가 초조하고 급하며 간절했던 것과 같은 이치"라며 "이재명 의원과 김동연 당선인이 '같이 갈 것'이라고 부르짖는 '개딸'들에게 '그럼 차기 대선은 누가 나간다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원내 세력 부재하고 향후 형성도 난망
"난 김동연에 빠졌다"는 중진의원처럼
경쟁력 바탕으로 형성되길 기대해야
"구심 없는 계파와 부족함 채울 수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 직후였던 지난 4월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한 치킨집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염태영 전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 안민석 의원 등과 만나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나이 때문에 차기 대선이 곧 마지막 기회라고 보면 '세력 부재' 문제가 부각된다. 광역단체장이라는 지위도 세(勢)를 형성하는데는 불리하다. 2027년 대선가도에서 최대 변곡점은 2024년 총선이다. 2024년 총선 때 공천권을 행사해서 자기 사람을 많이 꽂고, 지원유세 때 손을 들어올려줘 당선시키는 '티켓 파워'를 입증해야 대선가도가 탄탄해진다.


그런데 광역단체장은 중앙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총선 공천에 개입하기도 여의치 않고, 특히 선거운동에 관여하는 것은 실정법상 아예 금지돼 있다. '김동연계'라는 원내 세력 형성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다만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선이 당장 내년이라면 지금 세력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대선은 5년이나 남았고 2024년 총선부터 기산해도 3년이 남아있다"며 "대권주자로서 여러 경쟁력이 알려지고 위상이 확고해지면 지지세가 확산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지방선거 선거운동 마지막날이었던 지난달 31일 부천 역곡남부역사거리 유세에서 마이크를 잡은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나는 이번 선거운동을 하면서 김동연 후보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며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감동인 후보가 김동연 후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중진의원은 "서울대·연대·고대 나온 게 아니라 덕수상고 야간·서경대 야간 나왔으면서도 죽을 힘을 다해 행시 패스해서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헌신했다"며 "(퇴직하고서도) 김앤장·율촌 기웃거리면서 몇십 억씩 돈을 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19평 아파트가 재산의 전부라니 정말 감동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이 감동해서 빠져든다기보다도 유권자가 감동해서 빠져들 것 같으면 의원들은 지지한다. 본선에서 이길 것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게 의원들의 생리이며, 당원들의 본능이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은 수십 년씩 당 생활을 같이 한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가 아니라, 입당한지 4개월 된 대권주자에게 몰렸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당내경선에서도 안민석·조정식·염태영 후보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가치" "정치적 뿌리"를 내세우고, 김동연 당선인을 겨냥해 "트로이의 목마" "배반의 장미"라며 맹공을 가했지만, 결과는 김 당선인의 과반 득표로 경선이 1차에서 끝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동연 당선인도 경기도지사 하고 끝내자고 '유쾌한 반란'을 시작한 것은 아닐 것 아니냐"며 "'세력 부재' 문제는 당내에 대권주자 없는 계파가 있기 때문에, 대권주자 없는 계파와 계파 없는 대권주자가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도 있는 문제라 좀 더 추이를 지켜보면 된다"고 관측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