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로그인㉟] 탄소 중립·기후위기 극복 열쇠는 ‘사람’…국립환경인재개발원
입력 2022.05.23 07:01
수정 2022.05.22 20:20
환경 공무원·민간 기업 전문 교육 기관
지난해 교육생 8만4205명…목표 초과
변화하는 사회 맞춰 교육 과정도 진화
“전문성 갖춘 능동적 인재 키워낼 것”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 세계의 화두는 기후위기다. 환경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와 정치, 경제 부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온난화 등으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세계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상을 통틀어 일컫는다. 지구 곳곳에서 폭우와 폭설, 홍수와 가뭄,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은 국경을 초월한 과제가 됐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 협정 채택 이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나라별로 탄소 감축 목표량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이행 시기까지 못을 박으며 문제 해결에 머리를 모으고 있다.
이런 모든 노력의 시작은 사람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 또한 사람 머리에서 시작해 손끝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국립환경인재개발원(이하 환경인재개발원)은 이런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다. 1980년 국립환경연구소 내 교학과로 시작해 1991년 환경공무원교육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2006년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인력개발원으로 거듭났고, 2019년부터 지금의 환경인재개발원이란 이름으로 공무원과, 기업 관계자, 대학생 등 우리나라 환경 인재 양성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본관 출입구에 걸려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실현할 환경인재 양성’은 환경인재개발원이 지향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준다.
환경문제는 기본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한 환경교육은 필요할 때 막상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환경보전이라는 지구적 가치 실현과 함께 국민 삶의 질까지 향상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인재개발원은 크게 3가지 분야의 교육을 진행한다.
먼저 공무원 직무역량교육으로 연간 202일 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 교육 ▲환경 이슈 및 환경정책 변화·교육 여건 등을 고려한 전문과정 ▲창의적 적극 행정을 위한 역량 강화 ▲일과 교육의 양립을 위한 맞춤형 교육 등을 진행한다.
신규 공무원 임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역량교육을 시작으로 하천 정비와 관리, 물환경정책 이해와 체험,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실무 등 물관리 전문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토양 및 지하수 관련 오염 관리와 지하수 보전, 시료 채취 및 수질분석 등에 관한 교육도 연중 계속된다. 환경보전정책과 생물자원 이해, 환경영향평가 등 자연보전 부문과 신재생에너지, 폐기물처리시설 실무 등 자원순환 교육도 환경인재개발원 교육 과정 가운데 하나다.
환경 관련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간인 교육도 한다. 수처리와 석면, 자원순환, 토양환경, 측정대행, 시료 채취, 토양환경 등 법정 교육을 대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관련 검증심사원 보수교육이나 배출량 산정 전문인력양성, 석면 해체작업 감리원 교육, 대학생 환경 측정 분석, 정도 관리 품질 문서 작성 등도 환경인재개발원을 통해 모두 이뤄진다.
지난해 환경인재개발원을 거쳐 간 교육생은 모두 8만4205명이다. 애초 3만3783명을 예상했으나 두 배 이상(249%) 많은 교육이 이뤄졌다. 물관리와 기후변화 등 분야별 주요 환경정책 전문교육을 받은 경우가 5만6599명, 수처리·시료 채취 등 민간 기술인력에 대한 법정 의무교육이 2만3528명에 달한다.
환경인재개발원은 “환경 분야 전문교육과 공직 가치 교육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탄소 중립·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환경 이슈를 공직 전반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환경산업 종사자에게는 현장·실무교육 및 자격검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변동·복합·불확실·모호한 사회 따라 진화하는 교육 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라는 시대 흐름과 세대 변화로 교육수요가 다변화하면서 교육 과정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디지털 러닝(Digital Learning),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을 꾀하는 중이다.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회 환경을 의미하는 ‘VUCA’ 시대에 적합한 교육 형태를 찾는 일이다.
환경 이슈와 현안 등 새로운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 교육기법을 반영한 신규 콘텐츠 개발, 낡은 기존 콘텐츠 재개발에 나섰다. 이러닝(e-learning) 콘텐츠가 최신성·시의성·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체점검과 품질관리 강화하고 낡은 콘텐츠는 과감하게 바꾼다는 계획이다.
한국환경연구원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보전협회 등 환경부 산하 교육 훈련기관과 협력을 통해 환경 사이버교육 콘텐츠 활용을 늘리는 등 교육과정 내실화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환경인재개발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원격교육과 비대면교육 수요가 늘고 있다”며 “우리도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간소화)과 큐레이션(curation, 정보 수집·정리·가치분석) 등 온라인 교육 자체 강점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방식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제환경 교육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글로벌 환경 인재 양성과정(온라인 6개 과정, 100여 명)을 운영하고 기후변화관리, 탄소중립 등 선진정책을 공유해 참가국의 제도 발전 및 환경협력 강화 추진한다.
수혜국과 국내 환경산업체 수요를 반영해 관련 분야 우수 정책 및 환경 기술을 공유하고, 환경산업체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국제환경기술전문교육과정(ISCET)’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변화하는 환경, 지속적 혁신으로 전문성 높여야”
[인터뷰] 김효석 국립환경인재개발원장
“환경 이슈에 관한 전문성과 미래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 중립 등 국내외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사회 각 분야와 조화된 환경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나 국제 환경질서 등을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양성돼야 한다.”
지난 2월 취임한 김효석 환경인재개발원장은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2020년부터 2년 동안 개발원 내 핵심 부서라 할 수 있는 교육운영과장을 역임하면서 환경인재개발원에 대한 구조와 운영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
김 원장은 삼성과 두산의 지주 부문에서 EHS(환경안전), CRO(기업위기관리) 등의 기획과 실행에 참여한 27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인재개발원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어갈 수 있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김 원장은 환경 이슈 해결을 위한 환경인재개발원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전문성 강화를 손꼽았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와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 급증 등 다양하고 새로운 환경 이슈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교육과정도 변화하는 환경정책에 맞게 지속해서 혁신하고 탄소 중립, ESG 등 최근 환경 이슈를 반영한 교과과정을 개설하는 등 전문성과 미래지향적 역량을 지닌 환경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차원에서 환경부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창의역량 계발 과정’은 김 원장이 가장 소개하고 싶은 교육 가운데 하나다. 다른 훈련기관에도 직급별 역량향상과정은 있으나 개인별 창의성 계발을 통해 감성역량(EQ)을 향상하는 교육은 환경인재개발원이 대표라는 게 김 원장 설명이다.
김 원장은 “해당 교육은 2007년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총 1만 3512명의 인원을 배출했고, (교육생) 평균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며 “올해는 다양한 현장과 체험학습에 환경부 고유의 사례를 포함하는 프로그램으로 담당자의 환경 창의성을 향상하는 환경적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를 접목한 창의역량계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환경 인재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원격교육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효율성과 편의를 추구하는 MZ세대가 사회 중심축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학습형태를 추구하는 새로운 교육수요도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환경인재개발원은 실시간 비대면교육 활성화, 최신 에듀테크기법 도입, 스마트러닝 도입 등 변화하는 교육수요에 맞게 환경교육 전반에 대한 인프라 구축 및 콘텐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제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국제 규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협력국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해 글로벌 환경 인재 양성과정 운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인적자원 및 네트워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은 자본이나 토지, 노동이 아니라 인적자원에 의해 창출되는 지식”이라며 “미래에 우리가 기대할 것은 기술이나 시스템이 아닌 사람, 즉 인재 개발에 해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우수 강사를 발굴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으로 환경 핵심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직원들에게는 “우리 환경인재개발원을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교육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끊임없이 되돌아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