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공감 결여된 사회, 소년들의 성장통이 주는 울림
입력 2022.04.26 11:13
수정 2022.04.26 11:13
뮤지컬 ‘아몬드’ 5월1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손평원 작가 베스트셀러 ‘아몬드’ 원작
뇌 속 편도체가 남들보다 작아 선천적으로 감정 표현이 불가능한 ‘감정표현불능증’(알렉시티미아)을 앓는 소년.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소년. 죽어가는 사람을 봐도 그저 태연하기만한 16세 소년 윤재를 두고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소년.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뒤 입양과 파양, 소년원 등을 거치며 거칠게 자라나 다시 친부모를 찾았지만 어린 시절 겪은 상처로 인해 작은 파장에도 크게 동요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감정과잉을 겪는 16세 소년 곤이. 그 역시 ‘괴물’처럼 자란 소년으로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는다.
‘괴물’이라 불리는 이 두 소년이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아몬드’는 손평원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17년 3월에 출간된 소설 ‘아몬드’는 국내 누적 판매량 90만 부, 해외 20개국 출간을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원작의 장면과 스토리를 거의 똑같이 무대로 옮겼다”고 말한 김태형 연출의 말대로 뮤지컬은 소설의 스토리는 물론 대사, 지문 등 세세한 부분까지 그대로 무대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사건을 하나씩 쌓아 올려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대신, 인물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작품은 윤재의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 할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혼자 남은 윤재가 주변인들과 겪는 갈등과 화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차근히 밟아간다. 이 과정에선 공감이 결여된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한 울림을 안긴다.
잔잔한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건 음악과 무대 연출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벤허’ ‘메리 셸리’ 등을 통해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여온 이성준 작곡가의 주특기가 이번 작품에도 묻어난다. 모던록과 팝 펑크를 바탕으로 꿋꿋하게 나름의 길을 가는 인물의 심정과 갈등이 표현돼 있다.
다채로운 색감의 무대도 인상적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의 시선은 무채색의 흐릿한 느낌는 주는 무대로 표현되고, 윤재가 주변 사람들과 만나면서 조금씩 감정을 느끼고 배워가는 모습은 무대에서 다양한 빛깔로 표현되면서 시각적으로 윤재의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윤재 역은 문태유와 홍승안이, 곤이 역은 이해준과 조환지가 나눠 연기한다. 5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