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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공연 잔혹사 끊는다…대학로 ‘스타 레퍼토리’ 육성 본격화될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6.15 01:34
수정 2026.06.15 01:34

창작 희곡 고갈·인재 이탈 위기·대관료 장벽까지 겹친 연극계

최휘영 "창·제작 지원 비중을 늘리고, 창작 시그니처 작품 제작 지원"

“키우면 100점이 될 작품도 많은데 2~3일 공연하고 사장된 후 재공연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아 안타깝다.”


임대일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은 최근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연극 분야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는 국내 연극계의 고질적인 현상과 그로 인한 자생력 부족 문제를 짚고 있다. 실제로 수개월 동안 준비한 창작물이 단 몇 장의 티켓 판매와 짧은 상연을 끝으로 무대 뒤로 사라지는 구조적 문제는 연극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뉴시스

이러한 악순환의 일차적인 원인은 창작 희곡의 고갈과 인재 이탈에 있다. 연극계 전문가들은 “좋은 작가들이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해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대에 올릴 새로운 창작 작품을 찾기 어렵다 보니,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거나 대중성이 떨어지는 고전 작품을 반복해서 무대에 올리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일본이 영화 제작비의 최대 50%(약 150억원)를 지원하는 등 해외 국가들이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국내의 우수한 연출가와 창작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민간 제작사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싱가포르 등 해외 기관과 협업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국내 창작 기반 붕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민간 극단이 작품을 지속적으로 상연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공연장 대관료다. 대관료는 연극 제작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대다수 민간 단체의 재정 규모로는 이를 장기적으로 부담하기 어렵다.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고 자금난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중소 극단의 우수한 레퍼토리 작품들이 관객과 만날 기회를 잃고 사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공공극장이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도 제기된다. 박정미 파크컴퍼니 대표는 “국립극장은 해외 고전이나 스타 마케팅 등 민간과 똑같은 제작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성과 흥행 공식에 치우친 민간 극단의 방식을 공공극장이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실험적인 시도를 지원하고 새로운 스태프와 배우를 발굴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같은 연극계의 체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초점을 대중의 문화 복지 및 ‘향유’에서 실질적인 ‘창·제작’ 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예산의 전체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현장 예술인들에게 재정이 직접 투입되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창·제작 지원 비중을 늘리고, 예산도 증액하도록 챙기고 있다”면서 “소극장 중심의 새로운 창작 시그니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공연들에게) 한 번 더 재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 극단의 가장 큰 부담인 대관료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단기 대책도 병행된다. 최 장관은 “연극을 하는 데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공연장 대관료”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극 인프라의 확충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우선적으로 대관료 지원을 추진하는 쪽으로 서두르고 있다”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정책 전환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장의 세부적인 요구사항들이 반영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신진 작가를 영입하기 위해 희곡 공모전을 활성화하고 상금 규모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 단순히 작품만 공모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새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공모 방식의 다양화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만,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특정 대형 극단이나 지명도가 높은 스타 연출가에게만 지원이 편중될 경우, 연극계의 허리를 지탱하는 중소 극단들이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 따라서 지원 사업의 중복을 방지하고, 중장년 레퍼토리를 가진 소극단들이 골고루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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