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83)] 작은 역할 하나도, 특별하게 만드는 ‘배우 김서노’
입력 2022.04.22 13:23
수정 2022.04.22 13:23
뮤지컬 '킹아더' 6월 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현재 뮤지컬 ‘킹아더’에 출연 중인 배우 김서노는 2006년 뮤지컬 ‘드라큘라’로 데뷔해 지금까지 16년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 배역 이름이 없는 ‘앙상블’로 작품에 참여해왔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무대 위의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는 배우다.
지난달 22일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킹아더’에서도 김서노는 앙상블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여러 배역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면서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고민하면서 그 역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간다. 스쳐지나가는 캐릭터 하나도 김서노 배우를 만나면 특별해지는 이유다.
-현재 ‘킹아더’에 출연 중입니다. 어떻게 인연이 됐나요?
2019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인연이 닿은 알앤디웍스와 오루피나 연출님, 채현원 안무감독님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킹아더’ 첫 출연이죠.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또 다른 재미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대본 리딩을 하고 자연스럽게 대본대로 공연을 올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연습을 거듭하면서 서로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장면을 만들어 가다 보니 새로운 ‘킹아더’가 보였습니다. 또 ‘킹아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전설 속 인물이다 보니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게 재미있었고요.
-함께 하는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해요.
사실 이번 ‘킹아더’는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들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장면들도 많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 이끌어주고 의지하며 연습을 진행했어요. 그래서인지 정말 그 누구 한 명 빼놓지 않고 최고의 호흡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김서노 배우가 생각하는 ‘킹아더’의 매력은?
단연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킹아더’는 프랑스 뮤지컬인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 익숙함이 느껴져요. 집에 돌아가서도 꼭 생각나는 넘버가 하나씩 있지 않으신가요? 혹시 아직 못 느끼셨다면 어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로 오세요(웃음). 분명 돌아가는 길에 ‘킹아더’ 노래를 읊고 있는 여러분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작품에서는 어떤 배역들을 연기하고 있나요?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모든 장면에서 다른 캐릭터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들에 대한 방향성은 우선 제일 먼저 연출님과 시간을 보내며 분석했고 이후에 안무, 음악 연습을 진행하면서 각 파트의 감독님들께서 원하시는 느낌을 듣고 개인적으로도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같이 공연하는 동료 배우들과도 대화 나누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고요. 그래서 제가 맡고 있는 모든 캐릭터에 애착이 갑니다.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와 이유도 말씀해주세요.
요즘에는 2막 후반부에 아더가 모르간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면부터 아더의 연설 장면까지가 가장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해당 장면에 등장하는 넘버는 ‘나의 싸움’ ‘왕국의 영광을 위해’ ‘다른 사람 곁에서’ 등입니다. 나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나를 증오하며 복수의 칼을 꽂으려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아버지같이 늘 곁을 지켜주던 존재마저 떠나버리지만 남은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일어나는 아더의 모습에 감동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인물들의 장면들도 좋아하는데 그들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저들의 모습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앙상블로서 ‘킹아더’에 출연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몸 관리를 하는 게 힘들 때가 많아요. 폼롤러와 마사지 볼은 저의 베스트 프렌드입니다. 하하. 그리고 점점 더워지고 있는 이 시기엔 퀵체인지가 더욱더 힘들어지겠죠?
-남녀할 것 없이 고난이도의 안무를 소화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연습량도 정말 많았을 것 같아요.
안무의 난이도보다 여러 장르의 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절제된 동작 안에서 에너지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기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앙상블 모두가 단합이 잘 되어서 길고 힘든 연습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 도와주며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정말 ‘킹아더’ 앙상블, 스윙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반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면요?
이번 ‘킹아더’를 보시고 앙상블이 좋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그동안 연습이 헛되지 않았음에 너무나도 감사하며 매일 행복합니다.
-작품을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스스로를 어필하자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힘은 또 제가 자신합니다. 하하. 그리고 함께 분석한 이 극 안에서 저만의 분석이 어우러진 연기도 함께 봐주세요.
-다음 시즌, 또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은가요.
지금에 만족하지만 멀린을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다 알고 있음에도 누군가를 위해 조언을 해 주고 도와주지만 인간의 선택을 무조건 막지는 않거든요. 그걸 지켜보는 마음이 어떨지 궁금해요. 멀린의 그 지팡이도 탐나고요(웃음).
-벌써 데뷔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긴 시간 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던 김서노 배우만의 동력이 있다면?
2006년 ‘드라큘라’로 데뷔를 했는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함께하는 선후배 동료들의 힘으로 버텨왔습니다. 가끔은 의견이 엇갈리거나 그로 인해 논쟁이 벌어질 때도 있지만 서로 애정이 없다면 그럴 수 없겠죠.
-대학에선 무용을 전공하셨다고요.
네, 서울예술대학 무용과를 졸업 후 편입해서 계속 무용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친구의 제안으로 시어터 재즈를 가르쳐주는 학원에 호기심으로 수강을 하게 됐어요. 그동안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춤과는 다른 스타일의 안무를 배우며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뮤지컬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그 선생님은 당시 뮤지컬 ‘드라큘라’의 안무가 서병구 선생님이셨고요. 전 덕분에 작품에서 ‘피의 천사’ 캐릭터로 첫 뮤지컬 데뷔를 하게 됐죠. 지금까지도 제가 뮤지컬을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그 기회가 없었다면 뭘 하고 있었을지 상상조차 안돼요.
-‘뮤지컬 배우하길 참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당연히 관객분들께서 즐겁게 관람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고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인물들을 느끼고 표현할 때 ‘내가 어디 가서 이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하며 잘했다고 느낍니다.
-긴 시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보면, 좌절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 같을 때 슬럼프를 겪었던 것 같아요. 예정되었던 작품이 없어질 때도 너무 힘들었고요. 정말 해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다시 올릴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 현실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꽤 오래 힘들었었어요. 이런저런 방법 다 동원해 풀어보려 했지만 저는 명상과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산책이 가장 극복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조용한 게 좋더라고요(웃음).
-현재 김서노 배우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모든 부분에서 조금 더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관객분들께 배우로서 설 수 있도록 나를 만들어 나가는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매 작품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한 모습으로 저만의 무기가 확실해지길 바라죠.
-김서노 배우에게 무대란?
내 집 같은 편안함. 하하. 하지만 어느 곳보다 무서운 공간이에요.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고 좋긴 하지만 정말 무섭기도 해요. 모두가 정성스레 일궈낸 완성작에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록키호러쇼’와 ‘그레이트코멧’을 꼽고 싶어요.
‘록키호러쇼’는 극중 팬텀들이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들이 뒤집어쓴 신문지가 젖을 정도로 시원하게 비를 뿌려주고 관객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많거든요. 관객분들 중에는 ‘록키호러쇼’에 나오는 캐릭터와 똑같은 의상과 분장을 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렇게 모두가 함께 짜릿한 공연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매 회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레이트코멧’ 또한 관객들과 함께하는 이머시브 공연인데 팬데믹으로 맘껏 표현해 내지 못했어요. 그게 너무 아쉬워서 언젠가 제대로 관객들과 함께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레이트코멧’은 액터 뮤지션과 앙상블들이 함께 합창과 안무를 해나가는데 동선도 어마어마해서 방금 여기 있던 사람이 눈 깜빡할 사이에 저 멀리까지 가 있기도 해요. 연주하며 노래하며 춤추며 연기하는 액터 뮤지션들의 열정과 능력에 깜짝 놀랐었죠. 대단한 분들이었어요.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뮤지컬이나,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이건 정말 꿈같은 얘기인데요. 단 한 번도 흔히 말하는 청순가련한 역할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가능할까요(웃음)?
-향후 어떤 무대에 오르게 될지도 궁금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공연을 해 보고 싶습니다. 여러 장르를 접하다 보면 또 어느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나를 느낄 수 있거든요. 자만하지 않고 늘 묵묵히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기복 없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작품에 피해 주지 않고 보탬이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무대에 서는 게 저의 최종 목표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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