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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風'보다 무서운 '勞風'…삼성전자 '난항', 현대차 '이제 시작'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2.04.13 12:27
수정 2022.04.13 12:28

금속노조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확정…현대차‧기아‧한국GM 등 적용

현대차‧기아 노조, 정년연장‧임금피크제 철폐‧생산직 신규채용 등 요구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노조 공동교섭단 협상 이원화 '골머리'

2021년 5월 26일 진행된 현대자동차 노사 임단협 상견례 모습. ⓒ현대자동차

국제유가 급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악재가 우리 기업들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노조와의 힘겨루기가 또 다른 악재로 돌출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일부 기업들은 2021년도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노조 리스크에 시달려 온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조만간 2022년도분 임단협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13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이달 중순까지 요구안을 확정하고 최대한 서둘러 교섭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측의 준비 상황에 따라 이르면 5월 초 노사 상견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5월 중순 요구안 확정 이후 5월 말 상견례를 시작으로 6월 초부터 본교섭에 들어갔으나, 올해는 예년보다 앞당겨 시간적 여유를 두고 교섭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노사가 교섭에 돌입하면 다른 완성차 업체 노사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길게는 10개월씩 이어지는 대장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지부집단교섭 공동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14만2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확정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요구안이었던 9만9000원보다 4만원 이상 높을 뿐 아니라 지난해 현대차 기본급 인상액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의 두 배 가량 된다.


여기에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사회연대기금도 마련하라는 지침도 금속노조 공동요구안에 포함됐다. 재원은 사측이 출연하는 조건으로, 사실상 임금 부담이 추가되는 내용이다.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와 기아, 한국GM이 금속노조의 영향권에 속해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상급 단체에 속하지 않은 기업노조가 대표노조로 교섭권을 갖는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이에 더해 ▲국민연금 수령시기 연동 정년연장 ▲임금피크제(59세 임금동결‧60세 임금삭감) 철폐 ▲정년퇴직일자리 신규채용 등을 별도요구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차 전환 추세에 따른 생산직 수요 감소로 가뜩이나 감원을 해야 할 마당에 고임금 근로자의 정년을 임금피크제도 없이 연장하고, 정년퇴직으로 자연 감소되는 생산직까지 신규 채용으로 다시 채우라는 것은 사측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이같은 요구안을 놓고 공동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라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때 노조리스크의 무풍지대였던 삼성전자는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로 2021년도분 교섭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삼성전자에도 노조가 설립되면서 임금협상이 이원화돼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 노조 등 4개 노조에 소속된 직원은 도합 4500명 가량으로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11만3000여명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임직원들의 대다수인 비노조 근로자들은 노조 설립 이전과 마찬가지로 인사담당자와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에서의 협상을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한다. 여기서 합의된 내용은 별도의 근로자 찬반투표 없이 확정된다.


이와 별개로 4개 노조 집행부는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사측과 통상적인 방식의 노사 교섭을 진행하며,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돼야 최종 타결된다. 타결 내용은 전체 임직원의 4%에 해당하는 조합원들에게만 적용된다.


노사협의회에서는 2020년도 인상률 7.5%를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근로자위원 측은 두 배 이상인 15.72%의 인상률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사 교섭의 경우 노조 공동교섭단이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휴식권 확대 등을 요구해 사측과 이견이 더 크다. 지난 1월 노조 특별회비 등 일부 내용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됐으나, 조합원 90.7%가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노조 공동교섭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는 등 파업 사전절차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재 중노위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조합원 찬반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파업을 단행하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4500명의 조합원으로 한정되지만, 삼성전자 역사상 첫 파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역시 2020년과 2021년 임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노사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 ‘3사 1노조’로 묶인 현대중공업 계열은 지난달 일제히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3사 모두 부결되며 타결을 미루게 됐다.


기본급 7만3000원 인상에 각 사별로 148~462%의 성과급 지급을 주 내용으로 하는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노조 집행부는 더 나은 조건으로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조합원들에게 제시해야 상황이지만, 사측은 기존 잠정합의안에서 최대한의 임금을 제시했다면서 추가적인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3주가 지난 시점까지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자칫하면 2022년도 임단협과 묶어서 교섭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16~2017년과 2019~2020년 임단협을 각각 통합해서 교섭한 사례가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에 발이 묶인다면 각종 대외 악재 대응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근로자들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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