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부결…파업 돌입하나(종합)
입력 2022.03.22 20:16
수정 2022.03.22 20:20
3사 잠정안 모두 부결…현중 66.67%·일렉트릭 72.25%·건설기계 87.98%
‘기본급 인상액·성과급’ 불만 등이 원인…노조 “빠른 시간 내 재교섭 논의”
현대중공업 2021년 임금협상(임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당초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3사의 성과급 규모 차이가 크다는 점 등이 부결 원인으로 보인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노사는 추후 교섭을 통해 새로운 잠정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22일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7761명 중 6721명이 투표에 참여, 이중 68.52%에 해당하는 4605명이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은 31.16%(2094명), 무효는 0.33%(22명)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3사 1노조' 체제로 운영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8월 30일 임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6개월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교섭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는 노조 집행부 선거로 상당 기간 교섭이 중단됐고, 올해 2월부터 매일교섭체제로 속도를 낸 끝에 38차 교섭(현대중공업), 26차 교섭(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금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 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대건설기계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7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급 462%,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 오일뱅크 상품권 30만원 지급 등이다. 현대일렉트릭의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급 300%, 격려금 250만원, 오일뱅크 상품권 3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성과급 규모가 크지 않은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는 잠정안이 가결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투표 결과 현대중공업 반대 66.67%, 현대일렉트릭 반대 72.25%, 현대건설기계 반대 87.98%의 투표율로 모두 부결됐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에 대한 불만이 잠정안 부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가 거둔 성과에 비해 임금 인상폭이 적다는 조합원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당초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액으로 12만304원을 제시했었는데, 잠정합의안에서는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7만3000원으로 결정됐다.
현대중공업 성과급 규모가 건기·일렉에 비해 적다는 점도 불만사항으로 꼽혔다. 노사가 마련한 성과급 규모는 현대건설기계 462%, 현대일렉트릭 300%, 현대중공업 148%로 현대중공업이 가장 적었다.
사측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전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최대한 양보했다는 입장이나 결과적으로 노조에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이번 부결로 노조 내 임단협 부결이 ‘관습’화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노조는 2016·2017년 2년치 임단협과 이듬해 2018년 임단협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번 2021년도 교섭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 부결 후 재교섭’으로 교섭이 장기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최근 수주물량 급증으로 한창 도크를 가동해야 할 현대중공업에게는 임단협이 장기화될수록 부담이 크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이나 재교섭 일정은 미정"이라며 "조합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임금과 현안에 불만이 있었던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교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