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양 민심에 후덜덜?…北 ICBM 재도발 '속사정'
입력 2022.03.30 04:30
수정 2022.03.29 22:59
지난 16일 화성-17형 공중폭발
평양 시민 목격 가능성 제기돼
구형 ICBM 다시 쏘고 신형 '분칠'
"빠른 문제 해결 위해 선전한 것"
군 당국이 지난 24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기만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대내용 군사행동'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ICBM 구형(화성-15형)을 쏜 뒤 신형(화성-17형) 발사 성공으로 '분칠'을 한 데는 뒤숭숭한 평양 민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국방부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 보고 자료에서 "3월24일 발사체는 2017년 발사한 화성-15형보다 정점 고도와 비행시간이 증가해 화성-17형처럼 보이지만 상승 가속도, 연소·단 분리 시간 등 탐지된 비행 특성을 정밀 분석한 결과 화성-17형보다는 화성-15형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측이 공개한 영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림자 방향이 서쪽으로 확인되지만, 실제 발사 시간인 14시33분에는 그림자가 북동쪽에 생겨야 한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국방부는 영상 속 날씨와 발사 당일 날씨에 차이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당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 날씨가 대부분 구름으로 덮여 있었지만, 영상에선 청명한 날씨였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방부는 신형 ICBM 공중폭발 8일 만에 북측이 재발사에 나선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꼽았다.
국방부는 "화성-17형이 백두산 계열 엔진 4개 묶음(클러스터링)으로 엔진이 1~2개인 화성 14~15형보다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16일 발사 실패 이후 8일 만에 재발사했는데, 이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각종 한미 공조 회의에서 미국 측도 한국 측의 분석 기법과 평가 내용에 동의했다"며 "미국 측 역시 상세 분석을 진행 중이며 화성-15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자(현지시각) 보도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의 최근 ICBM이 화성-15형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軍, 北 의도 관련해
"대외적 측면보다
대내적 고려사항 더 큰 듯"
국방부는 북측이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의도'에 대해선 "대외적 측면보다는 대내적 고려사항이 더 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협상력 제고 등의 대외적 목적도 있지만, 내부결속 의미가 크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평양 주민들이 지난 16일 발사된 화성-17형의 공중폭발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서둘러 '성공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국방부 판단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방부 현안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16일 발사했던 화성-17형이 폭발했고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평양 상공에서 파편 비가 내렸다고 한다"며 "미사일 파편이 비가 떨어지듯 쏟아져 민간주택의 피해도 발생했다. 사망하거나 다친 것은 확인되지 않지만 주민들이 많이 놀라 민심이 불안정해졌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북측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화성-15형을 쏜 뒤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전한 것"이라며 "대외적인 요인보다 대내적 요인이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방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CBM 파편의 낙하지점과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이 "민가는 아니고 논 등에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軍, 연합훈련 '정상화' 검토
美 전략자산 전개 가능성도
국방부는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며 한미연합훈련 '정상화'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이 실질적인 훈련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고 (국방부가) 연합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야외 기동훈련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실질적인 훈련이라 하면 그런 부분도 포함되는 것 아니냐고 여야 의원들이 판단(이해)했다"고 밝혔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기동훈련까지 검토하라고 요청했고, 국방부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얘기한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이 ICBM 추가발사는 물론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미국 측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 대북 억지력을 과시하는 방안 역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 의원은 "위기태세를 대비해 모든 옵션에 대한 준비를 갖춰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국방부가 전략 자산을 특정해서 보고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포괄적으로 한미연합 공조체계에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