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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들어간 송영길…앞에 놓인 선택지는?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2.03.27 00:30
수정 2022.03.26 22:40

대선 끝난 뒤 지친 심신 달래려 전국 사찰 돌며 템플스테이

민주당 '인물난' 속 '宋 서울시장 차출설'…양날의 검

당선 시 유력 대권주자 반열 우뚝·낙선 시 정치적 재기 '불투명'

국가 의전 서열 2위 후반기 국회의장 도전 관측도 제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5선·인천 계양구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송 전 대표는 3·9 대선이 끝난 뒤 지친 심신을 달래고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해 전국 사찰을 순회 중이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10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당의 발전과 5년 뒤로 미루어진 '4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반구제기(反求諸己·잘못을 자기에게서 찾음)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당분간 절에 머물면서 향후 정치 행보 구상에 몰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 '인물난'을 겪고 있는 당 일각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 요구를 받으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근 이용빈(초선·광주 광산구갑)·이수진(초선·서울 동작구을)·전용기(초선·비례대표) 의원은 공개적으로 '송영길 차출'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설'은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라면서도 "지금 판세로는 '누가 나와도 지는 선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 거물급 중에서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섰던 우상호 의원은 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으로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로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재도전을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주민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이름도 거론되지만, 출마를 위한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송 전 대표는 당 일각의 '험지 출마 압박'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는 상태다. 이재명 상임고문이나 당 지도부의 강력한 요청이 있다면 출마를 고려해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존재하지만, 일단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선수로 뛴다는 게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서울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고전한 지역(이재명 민주당 후보 45.7% vs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50.6%)인데다 새 대통령 취임 3주 후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임기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등 산적한 악조건은 송 전 대표가 섣불리 출마 결심을 굳힐 수 없는 요소다. 각종 악재를 뚫고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대권 잠룡으로 우뚝 올라설 수 있게 되지만, 지역구를 반납하고 출마했다가 낙선한다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송 전 대표 입장에선 적지 않은 정치적 내상을 입고 향후 재기를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당내에선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서울시당 핵심관계자는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송영길 카드'는 굉장히 어색하다"며 "인천에서 5선 의원, 인천시장까지 한 분 아니냐"고 했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에서 물러났는데, 곧바로 선거에 나오는 건 우스운 모습"이라며 "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도 송 전 대표에게 출마 요청을 하지 않는 쪽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송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에게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추진으로 서울 민심이 출렁거리면서 민주당에 조금씩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만큼 상징성이 있는 송 전 대표가 나선다면, 해볼 만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도전설도 '솔솔'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가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맞서 각종 민생현안, 대장동 특검, 정치·검찰·언론 개혁 등 산적한 입법 과제 해결을 위해 입법 주도권을 더욱 확실하게 틀어쥐려면, 5선 국회의원·당 대표·인천시장까지 역임한 '정치 베테랑' 송 전 대표가 적임자라는 평가다.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정치적 비중과 역할은 막중하다. 법안 직권상정과 같은 본회의 운영권, 질서 유지권 등 막강한 권한 지녔다. 때문에 국회의장의 권한을 잘 활용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견제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회의장을 마치면 입법부 수장의 영예를 지닌 채 정계를 떠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지만,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의장을 지낸 뒤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던 만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송 전 대표 입장에선 유혹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국회의장은 관례대로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의 몫인데, 송 전 대표 외에 이상민(5선·대전 유성구을)·김진표(5선·경기 수원시무) 의원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난 뒤 첫 주말부터 전국 사찰을 돌며 템플스테이를 시작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목적이다. 그는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전남 구례 화엄사, 해남 대흥사, 광주 증심사, 경남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등을 훑었다. 오는 27일부터는 대구 동화사에 머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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