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박근혜 전 대통령 "달성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견뎠다"
입력 2022.03.24 14:04
수정 2022.03.24 14:18
이날 12시 15분께, '달성군 사저' 도착
환영 인파 3000명 운집 "박근혜" 연호
朴 "실망시킨 저를 따뜻하게 맞아줘서 감사"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집으로 돌아왔다. 대구 달성군 사저를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이라고 표현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12시 15분경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위치한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경호팀과 함께 차량에서 내렸다.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지지자들을 둘러보고 7살로 보이는 화동을 안은 뒤 마이크 앞에 섰다. 올림 머리에 남색 코트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은 오른쪽의 우리공화당원들을 가리키며 "저쪽이 좀 조용해 져야 들리겠죠"라며 농담까지 건넸다.
오전 8시부터 모이기 시작해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할 때 3000명(대구경찰 추정)까지 불어난 인파는 지속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며 박 전 대통령의 귀향을 환영했다. 큰 길에서 박 전 대통령 사저로 들어가는 휴양림길에는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김문오 대구 달성군수, 이철우 경북지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나란히 서 박 전 대통령을 환영했다.
마이크 앞에서 "존경하는 달성구민, 대구 시민 여러분"이라고 첫 인사의 포문을 뗀 박 전 대통령은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순간 신원미상의 인물이 던진 소주병이 박 전 대통령 앞으로 투척이 됐고, 경호원들이 즉시 박 전 대통령을 감싸면서 2~3분 간 국민에 대한 인사가 멈춰지기도 했다. 경찰은 곧바로 30대로 보이는 남성을 현행범(폭행 혐의)으로 체포해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도 당황하긴 했지만, 우유 박스를 밟고 올라선 한 여성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끊임없는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따듯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사면 결정 후에 달성 여러분이 편안한 여생 보낼 수 있도록 돌봐주겠다는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고향인 대구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이라며 "그런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 당선됐고, 연이어 지역구 4선 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했다. 저도 이곳 달성군에서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녀 달성군 흙 속에 저의 발자국도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과 함께 골목을 걸어 올라가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을 지분거리에서 수행한 유영하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박 전 대통령을 방문한다'는 얘기에 대해 "언론 통해 접하긴 했지만 직접 연락 받은 적 없다"며 "만약 연락 오면 그 문제 제가 답할 것 아니고 박 전 대통령께서 결정하시면 그때 연락 드리겠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건강이 100퍼센트 완치돼 퇴원하신 게 아니어서 당분간 건강 회복 전념할 것"이라며 "다음에 어떤 계획 가지고 계신지 확인하고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삼성병원에서 퇴원한 박 대통령은 서울 현충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역을 참배한 뒤 대구 사저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31일 새벽 영장심사 후 곧바로 구속수감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22일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12월24일 특별사면을 받았다. 수감된 지 약 4년9개월 만이다. 대구 사저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유 변호사를 통해 매입했으며, 대지 면적 1676㎡에 전체 면적은 710㎡에 이른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된 이 건물은 지난 2016년 2월 준공했다. 지난 2일 전입신고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