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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찾은 안철수의 벼랑 끝 철수(撤收)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3.04 02:22 수정 2022.03.03 16:28

유권자가 이끈 단일화…尹 포용으로 다 죽은 安 극적 회생

안철수의 퇴색한 ‘새 정치’ 10년도 사실상 막 내려

정권교체 열망 중도층 분노의 대결집이 安 사퇴 견인

안전하고 확실한 승리보다 승리 후 국정 운영 동력에 더 의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가 잠시 잃었던 이성을 되찾고 윤석열과 손을 잡았다.


그를 아끼는 원로들과 유권자들이 이미 이끌어낸 단일화에 백기를 든 셈이다. 그는 오기와 망상으로 죽음의 질주를 계속하려다 “제발 멈추라!”는 정권교체 열망 국민들의 외침에 제정신을 차려 벼랑 끝에서 철수(撤收)했다.


철수를 밥 먹듯 해온 그이지만, 이번 철수야말로 역사에 큰 점수를 받고 기록될 것이다. 무능과 위선, 탐욕의 586 운동권 정권이 그보다 더한 사람에 의해 연장되는, ‘천추의 한’을 대한민국 현대사에 남기지 않는 데 그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게 됐다.


대통령 그릇이 아닌 그가 ‘대인(大人)’ 윤석열을 만난 건 최대의 행운이다. 그의 거짓말, ‘원하는 게 도대체 뭔지 모르는’ 오락가락 행보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안철수를 포용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보수 제1야당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다른 노회한 정치인들처럼 입으로 먼저 떠들고 뒤에 가서 마음이 바뀌는 사람이 아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그는 말을 극도로 아끼는, 놀라운 인내와 절제의 미(美)를 시전(施展)했다.


그러면서도 물밑에서는 분주하게 안철수 측과 접촉했다. 이걸 모른 정권교체 진영의 논객, 원로들은 ‘윤석열이 너무 굼뜨고 자만에 빠져 있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쳤다. 그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정성을 기울이고 움직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번 대통령 후보 아니면 차기 보장’


단일화 타결 전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가 바란 건 이 한 가지뿐이었다. 그래서 양다리를 걸쳤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 측과의 접촉 사실과 윤석열의 ‘협상 일지 공개’ 기자회견이 그 증명이다.


그는 거짓말도 했다.


“세부적 내용을 들은 바 없다.”


최측근이 전날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1박2일간 협상하며 시시각각 보고하고, 거기에 카운터오퍼까지 내렸으면서도 결렬을 선언한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철수는 이 한마디로 그의 모든 것이 끝날 위기에 처했었다.


그에게 실망하고 분노한 중도층, 정권교체 열망 유권자들에 의해 사실상의 단일화가 급격히 이뤄졌다. 윤석열로 대결집, 安 지지율은 떨이지고 尹은 올라가는 마지막 여론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를 기꺼이 도와오던 인명진, 김동길 같은 우리 사회 어른들이 안철수로부터 철수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렸다. 그는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처지로 빠졌다.


얻는 건 하나도 없고 잃는 게 전부인, 절벽 밑 바다를 향한 자폭 ‘완주’의 동력이 급격히 사그라질 때, 그에게는 또 한 가지의 패착(敗着)이 민주당 쪽에서 불거져 나와 이번 대선 최대의 망신살이 뻗치게 됐다. 바로 ‘손가락 발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찍으면 1년 뒤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다.”


그가 2중 플레이 곡예를 벌일 당시 윤석열을 ‘정권교체 대의 단일화’ 대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음을 폭로하는, 민주당 독설가 정청래가 찾아낸 유세 내용이다. 이재명에게 천군만마 발언이 될 ‘명연설’이라고 오판한 그의 탁월한 증거 수집 능력은 윤석열에게 도리어 천군만마가 되었다. 세상일은 늘 이렇게 흘러간다.


이 말은 안철수의 인품과 판단력을 실토한, 제 무덤을 판 대망언이었다. 전과로 보나 쌍욕으로 보나 법카 세금 횡령으로보나 입만 열면 구라(입벌구, 원희룡의 조어)로 보나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면 열 손가락도 부족한 후보를 놔두고, 자기와 단일화 협상을 그토록 오래, 여러 라인으로 해온 후보에게 이것이 과연 할 소리인가?


이것으로 안철수의 ‘새 정치’ 10년은 퇴색, 막을 내리는 운명을 맞았다. 거짓말과 양다리, 터무니없는 비이성적 인신공격으로 새 정치 간판을 더는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구(舊)정치인으로서 더 좋은 정치를 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고 더 커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자신과 나라를 위해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에 현명한 결정을 했다. 윤석열과 오늘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읽은 대로 아무런 조건 없이, 후보직을 사퇴해서 尹의 당선, 그리하여 정권교체 숙원을 반드시 푸는 큰 길을 걷기로 한 것은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극적 타결로 윤석열이 득표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는 자기 혼자서도 이길 수 있었다. 다만, 지지자들에게 더 편안하고, 더 안전하고, 더 확실한 승리를 안겨줄 수 있게 됐다. 그의 넓은 품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승리할 경우 집권 후 장착하게 될 개혁 동력이 훨씬 더 커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상대는 국회 180석을 거느린 거대 세력이다. 의석만 많나? 광우병 난동 같은 대선 불복을 자행할 권모술수와 투쟁 능력을 겸비한, 막강한 진보좌파다.


尹-安 정부가 탄생 될 경우 안철수는 디지털 행정의 리더 역할을 맡아 ‘나라의 정상화’는 물론 탄탄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욕심은 금물이다. 그 정도가 안철수의 최대 몫으로서, 그는 이 일을 담보할 대선 승리를 위해 남은 일주일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 죽은 안철수가 윤석열의 포용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났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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