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정당히 일해 집 샀는데”…연예인 고가의 집, 왜 비판 받아야 할까
입력 2022.03.04 08:22
수정 2022.03.04 08:22
방송이 부추기는 집 자랑...미디어 역할 고민해야
배우 류준열이 재테크에 성공했다. 토지 매매가의 90%를 대출받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꼬마빌딩을 지은 후 되팔아 4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비아냥거림이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류준열은 2020년 모친 명의의 개인법인 ‘딥브리딩’ 이름으로 83평에 달하는 땅(58억 원)을 매입하며 은행에서 52억 원을 빌렸다. 이 자리에는 원래 단층 건물이 있었지만 류준열은 새 건물을 올리고자 17억 원을 또 은행으로부터 빌렸다.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다. 지난해 11월,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건물이 완공됐다. 해당 건물은 지난 1월 150억 원에 팔렸다. 이를 통해 류준열은 세전 50억, 세후 4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의 재테크 성공에 비아냥거림이 나온 건, 류준열이 2019년 영화 ‘돈’ 인터뷰 당시 “부자가 되면 좋지만, 데뷔 전부터 그 자체로 목표가 되는 것을 경계했다. 장담은 못 하겠지만, 건물주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것 때문이다.
사실 그의 발언 전체를 들여다보면 문제되지 않았을 일이다. 오히려 ‘재테크에 관심 없다던 류준열’ ‘건물주 관심 없다던 류준열’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단 보도들이 네티즌의 악플을 부추긴 셈이다. 류준열의 이번 재테크에 불법적인 부분이 없었다면, 누구도 그를 욕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다.
류준열 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고가의 집에 사는 모습이나, 건물을 매입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면 으레 나오는 반응이기도 하다. 통상 연예인의 집이 배경이 되는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전현무, 박나래, 기안84 등의 집이 공개될 때마다 ‘나 혼자 잘산다’라고 비꼰 표현까지 나온다.
사실 이조차도 방송이 출연자의 일상 보다, 집 소개에 초점을 맞추면서 벌어진 일이다. 예컨대 ‘한강이 한 눈에 보이는 집’이라는 자막을 삽입하는 식이다.
심지어 오랜 기간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배우 이시언의 경우는 오랜 시간 동안 저축한 청약통장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게 된 사연이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시세가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비난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편법 없이 자신이 번 돈으로 자산을 늘려가는 것이 비난할 일인지 의아한 부분이다.
연예인의 자산 증식을 둔 비난은 대부분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든다. 연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이 트렌드가 되고, 연예인의 근사한 일상이 SNS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면서 대중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이런 부정적 감정의 화살을 연예인에게 돌리는 것이 타당한 이유가 되진 않는다. 보통 연예인의 경우 작은 논란에도 이미지가 크게 흔들린다.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논란에도 연예인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사과를 강요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티즌은 연예인에게만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뚤어진 만족감을 얻는 건 아닐까. 이와 함께 네티즌에게 잘못된 미끼를 던져주는 미디어의 역할도 고민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