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돈쭐’과 비교되는 ‘줄서는 식당’의 아쉬운 ‘코시국’ 반영
입력 2022.02.25 07:09
수정 2022.02.26 11:40
‘돈쭐 내러 왔습니다’·‘줄서는 식당’
같은 먹방, 다른 의미
지난해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가 하면,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하하가 자신의 격리 일상을 셀프캠으로 담아내며 공감을 유발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 영향을 포맷 변경 또는 폐지나 휴식 등으로 대응하던 방송가들도 그 여파를 마냥 피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이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거나 혹은 역이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지친 이들을 위로하기도 한다. 지난 2020년 JTBC 음악 예능 ‘비긴 어게인 코리아’는 해외에서 버스킹을 열던 콘셉트를 변경,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을 응원하는 거리 두기 공연을 펼쳤었다. 특히 병원을 찾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무대를 선물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코로나19 사태와 맞서고 있는 다양한 이들을 초청하며 의미를 더했다.
현재 방송 중인 IHQ 예능프로그램 ‘돈쭐 내러 왔습니다’ 또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코로나 시대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탄생한 먹방 예능으로,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비밀리에 방문해 사장님이 웃을 때까지 음식을 주문해 먹으며 매출을 올려주는 콘셉트다.
먹는데 일가견이 있는 연예인 또는 크리에이터들이 맛깔나는 먹방을 선보이는 전개 자체는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먹방을 펼치는 출연자들의 진심은 사뭇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물론 이들이 찾을 수 있는 식당은 한정적이고, 매출을 한 차례 올려주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게 담기는 것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카카오TV에서는 맛집이 아닌, 맛집의 옆집을 방문해 맛집에 가려진 매력을 파헤치는 ‘맛집의 옆집’이 어려운 시기를 겪어내는 자영업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비슷한 콘셉트의 tvN 예능프로그램 ‘줄 서는 식당’은 SNS 속 쏟아지는 힙한 점포들, 소문난 웨이팅 맛집들 찾아가 직접 음식을 맛보며 ‘진짜’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다. 박나래와 먹방 크리에이터 입짧은 햇님 등이 유명 맛집들을 방문 중이다. 출연자들은 1시간이 넘게 줄을 서기도 하고, 붐비는 식당에서 손님들과 어우러져 음식을 맛보며 ‘리얼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업시간 제한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이 되기도 한다. 앞선 회차에서는 출연자들이 1시간 20분의 기다림 끝에 입성한 식당에서 영업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허겁지겁 먹방을 펼치는 모습으로 현실감을 높였었다.
그러나 ‘줄 서는 식당’이 담는 현실은 앞선 프로그램들과 달리, 다소 낯설고 이질적인 것도 사실이다. 일부러 붐비는 장소를 찾아가 먹고 즐기는 것은 물론, 함께 줄을 서는 이들에게 대화까지 시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는 ‘이래도 되나?’라는 의아함이 느껴진다. 물론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고는 있으나, 방송이 이를 굳이 부추길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폐업에 이른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들의 호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굳이 알려진 맛집을 다시 소개하며 정신없이 붐비는 장면을 포착해내면서 어려운 상황을 지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모든 예능프로그램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의 성격마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예능의 특성상 ‘줄서는 식당’이 과연 시청자들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는 프로그램인지에는 물음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