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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북미·남북 '투트랙 선순환' 비현실적"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2.22 04:32
수정 2022.02.21 23:55

무기체계 등 협상 의제 구분해

남북·북미 협상 별도 진행

북한 군사역량 강화로 '무의미'

'포괄적 접근' 필요성 제기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구분해 선순환을 꾀했던 문재인 정부 대북 접근법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무기체계를 구분해 핵무기 협상은 북미가 재래식무기 협상은 남북이 진행하는 '투트랙 접근법'이 고도화된 북한 군사 역량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1일 연구원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남북기본합의서 30주년'을 주제로 공동주최한 학술회의에서 "현 정부가 비핵화와 남북 간 군비통제를 분리해왔지만 굉장히 현실성 없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전략무기와 비전략(전술)무기, 핵무기와 재래식무기의 경계 자체가 굉장히 모호해졌다"며 "가장 핵심적인 핵무기 관련은 북미가 하도록 하고, 남북은 부수적인 군비통제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남북·북미가 구분되는 지금의 이원화된 접근은 현실적으로 작동되기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괄적인 상호 안전보장'이라는 큰 틀 아래서 비핵화는 물론 남북 간 군비통제 문제 등을 패키지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소형 전술핵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 체계를 구분해 투트랙 협상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 등에도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북 간 군비통제 및 비핵화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홍 실장은 문 정부 대북정책이 북미관계 진전 여부에 '구속'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운신 폭 확보를 위해서라도 남북미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관계 진전을 통해 남북관계까지 탄력을 받는 '연동 구조'가 2018년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 당시에는 설득력이 있었다면서도 "실제 가동 과정에서 북미가 교착에 빠지면 절대 남북관계는 풀릴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협상 의제를 '본질 문제'와 '비본질 문제'로 구분하며, 본질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본질 문제는 '적대정책 철회'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진 발전권·생존권 등을 뜻하며, 비본질 문제는 교류협력 및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의미한다.


홍 실장은 "일단 가능한 것부터 교류협력하자는 방식이 2000년대 초반에는 유효했다"면서도 "지금은 북한이 그런 접근을 취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적대정책 철회라는 포괄적 틀 안에서 상당히 본질 문제에 해당되는 내용들을 우선 해결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교류협력 등 비본질 문제가 선행할 수 있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적으로 어떻게 위협을 감소시킬지에 대한 문제 등 본질 문제와 관련한 정교한 설계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교류협력·인도적 지원에 중점을 둔 남북관계 개선이 실현되기 어려운 만큼, 북미협상 의제로 평가돼오던 대북제재·안전보장 등의 이슈까지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다자 협상 틀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용환 전략연 책임연구위원은 한반도 문제가 북한의 고도화된 군사역량으로 국제문제 성격을 띠게 됐다며 "남북합의 혹은 북미합의 이행을 보장해줄 수 있도록 국제기구, 중국 등이 참여하는 제3의 장치나 제3의 협상 틀에 대한 고민들이 구체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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