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영화 뷰] 작풍 향한 고민이 없나?…‘파격‧19금’ 쫓다 외면당하는 ‘청불’ 딱지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2.18 12:09
수정 2022.02.18 12:12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원작 메시지 안보이는 연출로 혹평

자극적인 장면만 부각, 이슈몰이

청소년 관람불가 일명 '19금' 영화들은 우리 사회의 음지나 모순, 금기시되는 소재를 이야기할 때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대케 하며 관심을 선점한다. 이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다룬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들은 주요 마케팅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19금', '파격', '노출', '충격' 등을 내세워 영화의 메시지보다는 배우들의 노출이나, 자극적인 면만 부각돼 주객전도되는 현상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아쉬운 건 ' 속 빈 강정'이 되어버린 고민 없는 연출과 떨어지는 완성도다. 개연성 없이 그저 노출을 위한 노출이나, 불필요한 자극적인 장면들의 연속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혹평과 함께 사라진다.


'격정멜로'와 '사회주의에 대한 저항'을 내세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중국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소설은 마오쩌둥의 열렬한 지지자인 군인 우다왕이 사단장의 아내 류롄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으로 출간 직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수작이다.


이 소설의 영화화 작업은 민감한 설정과 파격적인 내용과 묘사를 통해 사회주의 체제에 저항, 계급에 대한 불공정함 등을 금지된 사랑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이 숙제였다. 이에 자연스럽게 수위 높은 베드신, 배우들의 전라 노출 등이 동반됐고, 이는 개봉 전 이목을 끄는 무기가 됐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주인공들의 권력욕과 욕망, 성욕 등이 점철돼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여배우의 노출과 반복되는 베드신은 피로감만 유발한다. 영화 후반 금지된 사랑을 갈구하며 주석 사진 액자를 깨뜨리고 주석이 수여한 선물을 집어던지며 주석 사진 앞에서 사랑을 나누지만, 글을 일차원적으로 옮겨왔다는 인상만 줄 뿐 그 어떤 감동도 감흥도 안기지 못한다.


연우진의 상대역 지안은 영화의 노출이나 베드신에만 초점이 맞춰져 메시지의 깊이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지만, 영화의 몰입을 가장 깨는 건 배우 지안이다. 잘못된 캐릭터 해석인지, 장철수 감독의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지안의 부자연스러운 연기 향연이 펼쳐지며 배우로서, 캐릭터로서 그 어떤 매력도 발휘하지 못해 수련(지안 분)과 무광(연우진 분)의 감정은 허공에만 맴돈다. 142분 동안 영글지 못한 포르노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인상만 남길 뿐이다.


과거에도 에로티시즘을 강조하는 콘셉트에 멜로나 액션을 조합한 영화들이 존재했다. '황제를 위하여', '인간 중독', '마담 뺑덕', '순수의 시대'가 주연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을 전면에 내세워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했지만, 영화 자체로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했다.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을 배경으로 도박판 같은 세상에서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두 남자의 그린 이야기로, 이민기와 박성웅의 무게감 있는 연기는 영화를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끌고 갔으나 유일한 여성 캐릭터를 도구적으로 활용했을 뿐, 존재감 있게 배치하지 못다. 높은 수위의 베드신은 단순히 관객들의 자극을 위해 만들어졌고, 그 어떤 의미도 없었다는 점이 혹평의 원인이 됐다.


'마담 뺑덕' 역시 정우성과 이솜의 정사 연기와 한국 고전 소설 '심청전'을 현대 시대에 맞게 각색했다는 점에서 이슈몰이를 했지만, 예측 가능한 전개로 힘이 빠졌다. 영화는 정우성과 이솜의 정사와 노출만 인상을 남긴 채 아쉬운 평가 속에서 극장가에서 물러났다.


이같은 설정들은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변을 할 수 있지만, 상업 영화로써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감독이 자신만의 세계에 취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굵직한 배우들의 출연에도 불구 선정적 혹은 폭력성에 기댔다가 실패한 사례들의 반복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관객들은 단순히 야한 장면을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지불하지 않는다. '파격'이라는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이야기와 연출의 깊이가 필요해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