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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상담도 매운맛?…연예인 앞세운 ‘상담 예능’의 딜레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2.17 08:12 수정 2022.02.17 08:12

‘무엇이든 물어보살’, 아동권리보장원 도움 받아 입양 조언 정정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들의 다양한 고민을 듣고, 조언해주는 상담 예능이 청춘들에게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 선녀보살 분장을 한 서장훈이 조언자로 나서는가 하면, 김영옥과 나문희, 박정수 등 원로 배우들이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다만 전문가가 나선 타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예능’에 방점이 찍히는 경우 뚜렷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오히려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잘못된 방향의 조언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지도 자아낸다.


최근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연예인보다 더 활발하게 예능가에서 활약 중이다. 육아 예능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보여준 위로와 공감의 상담이 부모와 아이는 물론, 젊은 층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기 시작하면서 그 영역을 점차 넓혀나간 것이다.


지금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이하 ‘금쪽 상담소’)에서 연예인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함께 풀어가고 있으며, 최근 종영한 ‘미친사랑X’에서는 범죄·살인 사건 속 범인들의 심리를 추리하기도 했다.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상담 프로젝트 SBS ‘써클 하우스’의 방송도 앞두고 있다.


‘써클 하우스’의 프로그램 기획의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오 박사 특유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상담은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아이들을, ‘금쪽 상담소’에서는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부모 또는 친구, 연인과의 관계, 소심하거나 산만한 성격에 대한 고민 등 누구나 겪었을 법한 사연들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오 박사는 때로는 따뜻함이 담긴 조언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하면, 때로는 날카로운 진단으로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연예인들이 조언자로 나선 프로그램들도 이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KBS Joy에서 현재 세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연애의 참견’은 사연자들의 연애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소재는 연애로 한정됐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도 출연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속 시원한 지적 또는 선택에 대한 진지한 조언을 건네며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이 외에 서장훈, 이수근의 ‘무엇이든 물어보살’과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의 ‘진격의 할매’ 또한 출연자들의 사연을 듣는 흥미, MC들의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조언을 프로그램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연예인이 주체가 된 상담 예능은 ‘재미’에 방점이 찍혀 있어 상담보다는 대화에만 그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나름의 경험들로 조언을 건네기는 하지만, 문제 해결까지 나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들의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누군가가 함께 고민하고, 공감해주는 그 과정 자체도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상담을 기대하고 보는 이들에게는 어쩐지 알맹이가 빠진 결과물을 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심각한 사연들이 등장할 때에는 미숙한 조언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7일 방송된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는 서장훈과 이수근이 앞선 조언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전달하는 모습이 담겼다.


서장훈은 “지난 247회에서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라는 아버지의 사연을 방송했다”고 소개하면서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해결 방법에 대한 도움을 주셨다. 우리는 ‘나중에 알리는 게 어떠냐, 지금은 아이에게 충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건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주신 내용이다. 만 6세 무렵이 되면 출산과 임신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입양 사실은 아동기부터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수근은 “결정에 도움을 드리고는 있지만, 우리 말이 정답이 아니다. 사연자의 말을 듣다 보면 생각나는 감정과 말로 해결을 해주려고 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감사하다”라며 상황을 마무리했으나, 이는 곧 프로그램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말이기도 했다. 결국 재미에 방점이 찍힌 상담 예능은 한정적인 역할밖에 수행할 수 없으며, 나아가 그들의 조언이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많은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심각한 사연을 담고, 출연자들의 따끔한 조언에 ‘매운맛’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는 상담 예능들이 누군가의 고민을 나누는 ‘상담’의 무게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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