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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업 탈출구는 없다’...폭풍 전야 택배업계 멘붕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2.02.15 05:26
수정 2022.02.14 17:03

노조 본사 점거에 사측 무관용 원칙 재차 강조

사태 장기화 시 국면전환 위해 노조 총파업 나설 가능성도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 농성 중인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의 파업이 50일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택배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CJ대한통운에 갈등이 한정돼 있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노조가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해 총파업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시작된 파업은 15일 기준 50일째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는 서울 소공동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노조는 사측이 택배요금 인상분을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어겼다는 이유를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사측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요금 인상분(170원)의 절반가량이 택배기사 몫으로 배분되고 있고, 택배노조의 교섭 상대는 각 대리점인 만큼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사 불법 점거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택배노조를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경찰에 본사를 비롯한 택배터미널 등에 대한 시설보호도 요청했다.


양측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점검한 결과 양호하다는 결과를 내놨지만 노조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당국의 개입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는 길어지는 사태가 자칫 택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특히 노조가 지난 13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오는 21일 연대파업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날은 CJ대한통운 뿐만 아니라 롯데·로젠·한진 등 노조도 동참한다. 또 같은 날 서울 도심에서 전 조합원이 집결하는 택배노동자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21일 연대파업을 시작으로 노조 전체로 파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CJ대한통운 외 다른 택배 노조의 동참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CJ대한통운 노조원 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CJ대한통운 물량이 다른 택배사로 넘어가면서 물량 과다로 피로감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 물량은 받지 않겠다는 지점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8% 수준인 16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큰 차질은 없는 상황이지만, 택배사들까지 파업에 들어갈 경우 배송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파업 사태가 얼마나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본사 무단 점거 등 불법으로 치달은 상황이라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측이 이미 수차례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만큼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기 어렵게 됐다.


노조도 사태 장기화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장기간 파업으로 수입이 끊긴 조합원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1구좌에 최대 5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는 '투쟁 채권'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국토부 점검에서 양호하다는 결과가 나와 파업 명분이 사라졌지만 노조는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불법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개입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측도 노조와 대화할 명분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만큼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조가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연대파업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불법 파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전체 노조 파업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J대한통운 파업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는 물론 온라인쇼핑몰 등 주요 화주들도 배송이 지연되는 지역에 한해 다른 택배사를 이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대리점은 물론 해당 지역 택배기사들도 물량 감소로 수익이 감소하면서 파업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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