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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도 무시?…홍현익 "북한 이중기준 철회 요구 수용해야"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2.10 04:21 수정 2022.02.10 00:22

정의용,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서

"北 이중기준 철회 요구 수용 못해"

당시 홍현익도 "100% 동의" 표명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군사도발을 잇따라 감행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차관급 인사가 "북한 단거리미사일을 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러시아를 제외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도발행위를 거듭 규탄하는 상황에서 문 정부 고위급 인사가 북한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7일 세종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한 '탈냉전기 정부별 대북정책 평가와 향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묵과했던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정도는 문제 삼지 않는 상호안보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남북관계 재정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북한이 타국 군과 연합훈련을 하지는 않는다"며 "한미연합훈련도 협상 중에는 유예하거나 적어도 1부 방어훈련만 하고 2부 반격훈련은 생략하는 정도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해당 주장은 북한이 대화재개 조건으로 요구해온 이중기준 철회를 수용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중기준 철회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이 아닌 '정당한 국방력 강화 행위'로 인정해달라는 억지 주장이다.


실제로 홍 원장은 "북한의 요구사항인 이중기준·적대정책 철폐를 어느 정도 수용하려면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우리도 미사일 개발을 하고 시험발사하는 차원에서 묵과하는 것이 상호주의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쏘아 올린 대다수 단거리미사일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사거리와 무관하게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금지돼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외교부/뉴시스

북측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를 수용하자는 홍 원장 입장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정 장관은 지난해 10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북한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는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북한의 군사적 시위는 분명히 유엔 안보리 결의, 즉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다. 우리는 국제법 테두리 내에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홍 원장 역시 "장관 말씀에 100% 동의한다"고 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선 180도 달라진 입장을 밝힌 셈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끌어 올린 상황에서 단거리미사일 묵인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앞서 북한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기도 하다.


"미국이 먼저 전향적 대북정책 추진해야"


홍 원장은 북미 교착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미국이 먼저 전향적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현재의 대북제재는 단지 북한을 벌주는 정책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선제적 제재완화를 미국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홍 원장은 보고서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을 '침몰'로 표현하기도 했다. 보고서에서 총 4차례 언급된 천안함은 2번은 폭침으로, 다른 2번은 침몰로 기술됐다.


아울러 그는 역대 정부 대북정책을 평가하며 진보 정부에 후한 점수를 줬다. 홍 원장은 역대 정부 가운데 진보 정부들이 대체로 남북관계를 개선했다며 "노태우 정부를 제외한 보수 정부들은 원칙과 이념을 앞세워 남북 간 충돌이 잦았고 남북관계는 악화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고위 공무원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 관련 의견을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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