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허리 4050 모여라'…與, 국힘 '세대포위론'에 맞불
입력 2022.02.03 03:00
수정 2022.02.03 05:59
與, 4050 지지 기반으로 자녀·부모 세대인 2030·6070
설득하는 '종단 포용 전략'으로 '李 지지' 끌어내겠단 전략
4050, 세대·이념 중원이자 전체 유권자 중 가장 많은 비율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대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세대포위론'을 강하게 비판하며 '4050 세대 끌어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세대포위론은 60대 이상으로 이뤄진 기존 지지층에 2030 세대의 지지를 결합시켜 여권 지지세가 강한 4050 세대를 포위해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민주당은 사회 각 분야에서 '허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4050 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2030 자녀 세대와 60대 이상 부모 세대를 동시에 설득하는 '종단 포용 전략'으로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세대별로 골고루 지지를 얻기 위해선 4050 세대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며 "자식·부모 세대이자 경제력을 갖춘 4050 세대는 거의 유일하게 상하(上下) 세대별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결국 대선은 '중도층' 잡기 싸움인데, 중도·진보 성향이 강한 4050 세대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나머지 세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도 '실용주의 경제'를 내세우고 있는 이 후보에게 확 쏠려 '대세론' 형성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4050 세대는 전체 유권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대세론 형성에 필수 세대"라고 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유권자 수(4천399만4천247명)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50대(864만9천821명·19.7%), 40대(835만7천423명·19.0%), 30대(699만4천134명·15.9%), 20대(679만6천623명·15.5%), 60대(643만9천959명·14.7%), 70대 이상(556만9천535명·12.7%), 18∼19세(115만3천662명·2.6%) 순으로 유권자 수가 많았다.
이재명 "분열·증오 이용한 세대포위론, 망국 행위" 맹비난
송영길 "'4050 포위하자'는 이준석, 정치지도자 자세 아냐"
각 정당 전략 따라 연령별 지지 성향 뚜렷하게 구분되는 모습
李, 4050서 초강세…尹, 2030·60대 이상서 높은 지지율 획득
민주당은 연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세대포위론'을 맹비난하며 '4050 세대 품기' 중요성을 설파하는 동시에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달 24일 경기 이천 중앙로문화의거리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 "분열과 증오를 이용해 4050 세대를 포위해서 (대선에서) 이겨보자는 세대포위론이 말이 되는 소리냐"며 "국민을 편 갈라서 싸우게 하고 증오하게 해서 표를 얻으면 정치가 아니라 망국 행위"라고 개탄했다. 이어 "세대를 포용해야 하고, 같이 살아야 한다. 갈라지면 갈라지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아픈 데는 치료해줘야 한다"며 '세대포용론'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같은 달 30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인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송영길 대표도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선대위 '4050위원회 발대식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4050 세대는 자녀들을 장가·시집 보내야하고, 부모님을 모셔야 되는 '중간 허리'"라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세대포위론을 통해서 '2030 세대와 6070 세대로 4050 세대를 포위하자' 이런 말을 하는데, 정치 지도자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녀들과 소통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나라를 책임지는 기둥으로서 4050 세대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35년 지기' 정성호 의원도 이날 "이준석 대표가 세대를 포위하겠다고 하는데, 선거에서 표를 좀 얻겠다고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도 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부산선대위 세대공감본부와 여성본부는 '가족3대 이재명 후보 응원하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4050 세대가 2030 자녀 세대와 6070 부모 세대를 설득해 가족 전체가 민주당을 지지하도록 만들겠다는 캠페인이다.
당 선대위 4050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성 의원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2030 세대나 60대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공약은 종종 나왔는데, 4050 세대를 위한 공약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며 "산토끼 잡으려다가 집토끼까지 놓칠 것 같아서 민주당의 가장 두터운 지지층인 4050 세대를 위한 맞춤형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각 정당의 '세대포위론'과 '세대포용론' 전략에 따라 연령별 지지 성향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모습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여권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40대(51.5%)와 50대(50.4%)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윤석열 후보(31.3%·38.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20대(이재명 26.6%·윤석열 43.7%)와 30대(35.0%·46.4%), 60대 이상(29.8%·52.8%)에선 윤 후보가 크게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후보는 40대(53.7%·38.4%), 50대(49.6%·34.4%)에서 강세를 보였고, 윤 후보는 20대(26.0%·37.0%)와 30대(31.5%·46.0%), 60대 이상(30.4%·55.2%)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세대포위론'은 아주 나쁜 전략"이라며 "지역주의가 옅어지고 진보·보수 이념 구분이 불필요할 정도로 유권자들이 굉장히 합리적으로 변했는데, 야당의 대표는 성별·세대 싸움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세대·이념적으로 중원에 해당하고 인구통계학적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4050 세대를 포착한 건 굉장히 좋은 전략"이라며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4050 세대를 중심으로 2030 세대와 6070 세대로 지지세를 확장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