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몸집 키우는 공연 MD 시장, 반갑지 않은 ‘비공식 굿즈’의 등장
입력 2022.01.14 11:13
수정 2022.01.14 10:14
알앤디웍스 "'더데빌' 불법 굿즈 판매 금지" 경고
"비공식 굿즈가 시장 키운다? 엄연한 저작권 침해"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더 데빌’의 공연 제작사 알앤디웍스는 지난 12일 “사전허락 없이 공식 MD 상품 디자인을 활용하여 MD를 제작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작품 디자인을 활용한 상품 판매는 물론 나눔 및 공동구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이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뮤지컬 ‘더데빌’의 MD 상품이 판매되거나 무료 나눔, 공동 구매와 관련한 글이 올라온 것에 따른 제작사의 대응이다. 주로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에서 주로 성행하던 비공식 굿즈로 인한 문제가 이젠 공연계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사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굿즈 상품이 생산되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비단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어도, 굿즈 시장은 늘 호황일 수밖에 없다. 굿즈는 일상화 문화적 경험을 매개하는 소재로서의 역할을 한다. 영화관이나 전시회, 공연장 등에서 얻은 긍정적인 경험들을 유형의 굿즈로 추억하는 셈이다. 더구나 같은 굿즈를 소유한 이들끼리 묘한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때문에 굿즈는 이러한 팬들을 공략하는 영리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고질적으로 불거지는 문제가 바로 ‘저작권 침해’다. 아이돌이 소속된 기획사나, 작품을 만든 제작사 등이 아닌, 일반 팬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비공식 굿즈들이 이에 해당한다. 장사가 되는 만큼, 개인들이 불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돌 굿즈 시장은 연간 15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최근 글로벌 플랫폼 등이 활성화되면서 팬덤을 중심으로 한 산업 규모의 성장은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IBK투자증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팬덤 경제의 시장 규모는 약 7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시장 내 성숙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비공식 굿즈는 초상권 또는 저작권을 위배할 소지에도 불구하고 공식 굿즈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팬덤 내에서 나름의 시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비공식 굿즈 유포를 통한 홍보 효과를 노린 소속사들이 눈을 감아주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침해 문제는 더욱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과거에 비해 저작권 의식이 높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불법 굿즈가 제작·유통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현재까지도 SNS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개인 팬이 만드는 불법 굿즈들이 타임라인에 넘쳐난다. 당장 지난해에만 해도 ‘미스트롯’을 통해 스타반열에 오른 가수 송가인의 소속사도 비공식 굿즈 유통 행위에 대한 법적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혔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 역시 각종 온라인 유통사이트를 통해 비공식 굿즈가 판매되면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뮤지컬 업계 역시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공연예술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프로그램 및 MD((Merchandise) 상품 판매 수입 및 공연 협찬 수입이 포함된 기타공연사업 수입은 약 55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꾸준히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걸음마 단계지만, 2차 제작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비공식 굿즈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한 공연 홍보사 관계자는 “공연계의 MD 시장은 아이돌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만의 리그’인 경우가 많다. 온라인 유통을 한다고 해도 공연을 본, 혹은 출연진의 팬 등 소수의 사람들에 한해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제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저작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제작사로 ‘이거(비공식 굿즈) 판매해도 되냐’고 묻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다만 이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큰 팬덤을 보유한 유명 배우나 아이돌 가수들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비공식 굿즈가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아이돌 굿즈처럼 비공식 굿즈가 유통돼야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공연업계의 MD 사업에 있어서 혼선이 생길까 우려가 크다. 불필요한 저작권 관련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공식 굿즈에 대해 더 엄격한 제한을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