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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공정위, 해운·항공 기업 합병 결국 해 넘긴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1.12.29 16:11
수정 2021.12.29 16:11

조성욱 위원장 ‘연내 처리’ 발언에

새해 사흘 남기고 심사보고서 상정

이례적 브리핑 열어 “최선 다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지난 10월 출입기자단과 가진 정책소통간담회 자리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조 위원장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합병과 관련해 연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한 당국의 결정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1월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연내 최종 결론을 짓지 못했다. 29일에야 공정위 관련 부서가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고, 최종 심사는 빨라야 내년 1월 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심사가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그동안 공정위가 시민단체와 항공사 노조 등의 눈치를 보느라 결정을 망설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일부 노선의 운수권이나 슬롯(이·착륙 허가권)을 비계열사 저비용항공사(LCC)에 양도하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언급하자 일자리 축소를 우려한 노조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해외 경쟁당국 결정이 늦어지는 것도 공정위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당 M&A는 국제노선이 걸려있기 때문에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타이완과 터키,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 승인이 완료됐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7개국은 아직 심사 중이다. 공정위가 먼저 심사를 마쳐도 대한항공은 이들 국가의 심사 종료 전까지 아시아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해외 경쟁당국 동향을 살피느라 심사가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당시 업계 한 관계자는 “M&A 기업들의 자국에서도 아직 승인이 내려지지 않았는데 해외 경쟁 당국들이 굳이 서두르려 할까 싶다”며 “공정위 결정이 나와야 다른 국가들의 심사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며 공정위 심사 지연을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공정위는 29일 이와 관련해 기자단 브리핑을 열고 이날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무리해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새해를 사흘 남기고 보고서를 마무리한 것인데, 전원회의 심사 전에 기자단 브리핑을 하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브리핑이 연내 처리를 약속했던 조 위원장 발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월 조 위원장은 기자단 간담회에서 “연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브리핑은 조 위원장이 말한 연내 처리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에 최소한 보고서 작성이라도 마무리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기자단 브리핑을 열어놓고 정작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공정위는 브리핑에서 지난 1년 동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했다. 약 250개에 달하는 운항 노선과 이에 대한 슬롯, 운수권, 중복노선, 점유율 등을 분석했고 외부 전문가에 의뢰해 노선별 시장획정과 가격 인상 등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원래 경제분석을 6월 말까지 완료하려 했는데 대상 노선이 워낙 많다 보니 시간이 걸렸고, 자료 수집에서도 신뢰가 필요해 공인된 국제기구 자료, 국토부와 항공당국이 보유한 자료를 전부 교차적으로 검증해서 신뢰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검증하다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번 항공사 관련 기업결합이 최초 사례인 점을 강조하며 심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최선을 다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지난 1년 동안 심사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피해가 적지 않다. 대한항공은 지분 취득 일자를 계속 미뤘고 유상증자 또한 수차례 연기했다. M&A가 늦어지면서 아시아나 경우 부채비율이 지난해 1343.8%에서 지난 3분기 기준 3668.34%로 크게 늘었다. 산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물론 관련 항공업계 전체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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