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기시다, 30여분간 통화했지만…입장차만 재확인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놓고 이견

文 "의지 갖고 서로 노력하면 극복"

기시다 "韓이 적절한 대응해 달라"

소통·협력 필요성엔 공감대 형성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청와대·AP/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첫 전화 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각국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다만 양 정상은 소통과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40분부터 약 30분간 기시다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번 전화 회담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 4일 취임한 후 11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기시다 총리 입장에서는 취임 이후 7번째 정상 통화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미국·호주(5일), 러시아(7일), 중국·인도(8일), 영국(13일) 순으로 전화 회담을 가졌다.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취임 9일째 되는 날 문 대통령과 통화했고 이는 당시 중국과 러시아, 영국보다 앞선 순서였다. 일본의 새 내각에서 한일 정상 통화 순서가 밀린 것을 두고 일본 언론 등 일각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외교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소송 등 한일 갈등 현안과 관련해 전임 정권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방증하듯 양 정상은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통화를 마쳤다. 문 대통령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가 징용 및 위안부 문제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통화 직후 총리 관저에서 현지 기자들과 만나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일본의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했다.

양 정상은 북핵 문제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핵 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국 정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사의를 표했다.

한편, 양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대면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뜻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현지 언론에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