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인터뷰] "준비된 국가 비전…원희룡의 시간은 온다"
입력 2021.09.13 03:02
수정 2021.09.15 18:04
원룸 보증금 빼 직원 월급 주고 극단
선택한 사장 가게 앞서 무릎꿇은 元
"文, 도시재생에 쓴 50조 성과 뭐냐
정권 무능과 이념편향 드러낸 사례"
13~14일 대선후보 1차 경선 여론조사를 앞두고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자신만만했다. 1~2차 경선을 거치며 후보군이 압축되고 본격적인 상호 토론과 검증이 펼쳐지면 반드시 '원희룡의 시간'이 온다는 것이다.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원희룡 전 지사는 'A4 용지' 같은 것 하나 없이도 자영업자·부동산 등 경제정책부터 당청관계·대야(對野)관계 등 정치 문제까지 유려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광역단체장으로서의 행정 경험에 두 차례의 최고위원, 집권여당 사무총장을 거치며 쌓아올린 경륜이 체화된 모습이었다.
원희룡 전 지사가 최근 가장 무게를 싣고 있는 자영업자 대책 문제가 먼저 화두에 올랐다. 원 전 지사는 지난달 8일 서울 명동을 시작으로 전국 전통시장을 돌며 자영업자에 대한 '담대한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3일에도 경남 진주의 중앙시장에서 1인 시위가 예정돼 있다.
12일에는 원룸 보증금을 빼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의 가게 현장을 직접 찾아 무릎을 꿇고 애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 전 지사는 대통령 당선 즉시 100조 원의 '담대한 자영업자 회복 플랜'을 공약했다. 50조 원은 손실보상, 50조 원은 자영업 경쟁력 강화에 쓰겠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원희룡 전 지사는 "현 정권이 도시재생사업에 50조 원을 이미 썼는데 성과가 뭐냐. 상권 활성화로 연결됐다면 자영업자가 지금처럼 몰락하는 상황 속에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50조 원을 효과 없이 사라지게 한 것은 현 정권의 무능과 이념 편향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라고 질타했다.
자영업 경쟁력 강화를 논하는 과정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언급됐다. 원 전 지사는 "음식점은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업종인데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자영업도 막연하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넘어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야 고객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음식점 뿐만 아니라 모든 자영업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개의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함과 동시에 개개인이 대응할 수 없는 골목상권 활성화에도 담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전 지사는 "골목상권을 비롯한 지역상권을 체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역특성을 살려내는 도시재창조를 해내겠다"며 "담장에 페인트칠 하는 도시재생을 넘어 도시재창조 수준으로 상권 활성화를 진행해야 한다. 상권 활성화는 원희룡정부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을 소작농이 아닌 자영농으로…
"이재명 '기본주택', 임대주택에 불과
元 '반반주택'은 국민께 완전한 선택권
1~2인 가구 위한 주거모델 대폭 공급"
현 정권 정책파탄의 대안을 묻다보니 자연스레 화두는 주택 정책으로 옮겨갔다. 현 정권 대표적인 정책파탄 사례인 주택 정책은 내년 3·9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전망된다.
정권재창출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주택'을 제시했다. 그러나 원 전 지사는 '기본주택'은 결국 현 정권의 임대주택 정책과 같은 맥락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국민이 소작농이 아닌 자영농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원희룡의 '반반주택'은 내집 마련을 할 때 절반을 자부담하면 절반은 국가에서 투자한다는 개념이다. 국가가 절반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거주하다가 자산을 형성하면 지분을 인수해서 완전한 자기주택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며 "어느 지역의 어느 주택을 어느 시점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완전한 선택권을 국민께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주택'을 겨냥해서는 "기본주택은 재원 조달과 부지 확보 방안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설사 공급되더라도 임대주택에 불과한 것"이라며 "국민들의 '내집 마련'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하고 이념적으로 접근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10년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비슷한 취지로 시작됐지만, 막상 분양전환을 하려니 현 정권의 집값 폭등 탓에 인수가 불가능한 파국이 빚어졌다. 결국 '원희룡표 반반주택' 정책의 성패도 얼마나 부동산 가격의 앙등을 막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원 전 지사도 이 점을 인정하며, 지난 10일 국회에서 발표한 250만 호 공급 계획에 자신감을 보였다.
원희룡 전 지사는 "다른 후보들도 200만 호, 250만 호를 말하는데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공급할 것인지까지 계산된 공약"이라며 "이재명 지사의 역세권 100만 호 공급은 대표적인 거짓말 공약이다. 이미 역세권은 꽉 들어차 있는데 (100만 호를) 지을 수 있는 땅과 용적률이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지적했다.
원 전 지사 주택공약의 차별화되는 특징은 변화하는 주거 형태를 반영한다는 점에 있다. 1인 가구는 이미 30%를 넘어가고 장기적으로 6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4인 가구를 전제하고 도심까지 수 시간이 소요되는 외곽에 '성냥갑 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맞춤형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전 지사는 "두세 시간씩 떨어진 곳에 임대주택을 지어줄테니 들어가 살라는 것은 밀어내기식 월세 난민을 만드는 정책"이라며 "도심 한가운데에 1인·2인 가구를 위한 전용 공간과 공유 공간을 잘 혼합한, 그러면서도 높은 안전과 편의가 보장된 미래형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앞으로의 주거 모델은 젊은층·여성·아이들에 대한 안전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는 새로 재건축·재개발되는 주거 모델에서 이런 점들에 투자해야 한다. 페인트칠하는 도시재생, 시민단체 일자리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혁신 주거 모델의 공급은 국가만으로는 안된다. 원 전 지사는 민간 차원에서의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중의 유동자금을 끌어들일 방안까지 제시했다. 최근 SK그룹의 서린빌딩 사옥 부동산을 유동화·증권화한 SK리츠 공모주 청약에 유동자금이 대거 몰렸다. 원 전 지사는 이미 준비돼 있는 시중의 이러한 여건에 주목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미래형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용적률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자산을 유동화해 투자 시장에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주겠다"며 "투자 수요를 혁신적 주거 비즈니스로 끌어들이면, 투자하는 사람은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면서도 그 자금으로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마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청·대야관계 잘 풀어낼 최적임 자처
野 도의원 '존경 안한다'는 이재명 겨냥
"상대 말살하려…우리나라의 큰 재앙
난 통합의 정치 실천한 경험 확고하다"
이러한 경제정책은 결국 정치로 풀어내야 한다. 여야 정당 때 각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의 일각을 맡았고, 집권여당 사무총장도 경험했던 원 전 지사는 당청관계·야당과의 관계 등 정치 문제를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본인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정당은 정체성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기 위한 조직"이라며 "여당은 정권을 뒷받침도 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당을 사당화하거나 대통령과 연결된 계파 그룹들이 당을 도구화하려는 것과는 거리를 유지해야 정권재창출, 선거 승리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나는 다수파가 모든 것을 독점하려 하거나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인물 중심으로 사당화하려 하면서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고 동지들 사이에서의 결속이 깨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정당은 늘 건강한 내부 토론이 살아있어야 하고, 다수파와 소수파가 바뀔 수 있다는 긴장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철학과 경험이 내게는 확고하다"고 자부했다.
아울러 "우리가 집권한다고 해도 민주당은 180석을 가진 강력한 야당"이라며 "대통령 혼자 독불장군 식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식의 대결의 정치가 아니라, 야당에 대해서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통합의 정치를 실천할 철학과 방안을 갖고 있다"고 자처했다.
이와 관련, 원 전 지사는 같은 광역단체장 경력을 갖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이 지사는 최근 경기도의회 도정질의 도중 야당 도의원의 질의에 "우리 존경하는, 아니 존경 안한다"고 하는가 하면, 언론 홍보비 집행 내역을 밝히라는 질의 도중 퇴장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는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 이 지사에게 유리한 구조인데도 이런 행태가 보이는 것에 대해, 제주도지사 시절 내내 절대열세의 도의회와 함께 행정을 펼쳐온 원 전 지사는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이재명 지사를 겨냥해 "분노 조절이 안되고 걸핏하면 다른 이유를 끌어다가 상대방을 모욕 주고 제압하고 말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자기와 다르거나 반대되는 것은 억압하고 말살해야할 것으로 보는 이재명 지사의 안하무인의 독재 성향은 우리나라의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나는 도의회의 절대다수가 민주당인 제주에서 존중할 부분은 양보하되, 반드시 해야할 일은 분명한 이유와 방안을 가지고 토론해서 설득해왔다"며 "정치는 압도적인 국민의 의견을 모아내서 반대하는 상대방도 따를 수밖에 없게끔 여건을 조성해나가는 종합예술이고, 이에는 끈질긴 인내심과 함께 포용력을 발휘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이 제주를 중국 자본에 넘겼다?
"환구시보가 '반중국 분자'라 사설 써
불을 끈 소방수더러 방화범이라는 격"
"원희룡의 시간, 반드시 온다" 자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2일 원 전 지사를 가리켜 "당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인지도가 있다"며 "지지율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선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대로 원 전 지사는 현재의 지지율에 관계없이 홍준표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과 함께 유력 후보로 간주되면서 경쟁 대권주자들의 견제도 받고 있다.
보수층의 지지를 놓고 벌어지는 견제구 중의 하나가 이른바 제주도의 중국 자본 문제다. 일각에서 원 전 지사가 제주도 땅들을 중국 자본에 팔아넘겼다는 말을 퍼뜨리는 것에는 보수 지지층의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전 지사는 "전임 지사 때 중국 자본 유치와 토지 매각이 많이 일어나서 내가 취임하고 전부 중단시켰다"며 "지사 재임 중에 중국 투자 유치 건수가 제로고 땅이 팔려나간 건수도 거의 제로에 가까운데, 계속해서 공격하는 데에는 또다른 (정치적) 이유와 악의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죽하면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에서 '원희룡은 반중국 분자'라는 사설이 나왔겠느냐. 내가 제주 땅을 중국에 팔았다는 것은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끈 소방수더러 방화범 아니냐는 것"이라며 "나보다도 도민들이 억울할 것이다. 도민들이 제주 땅이 중국에 팔려나가는 것을 너무나 걱정하면서 나와 함께 힘을 합쳐서 막았는데, 이것은 도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축했다.
단순히 중국 자본 차단만 한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 실현, 제주 상권 활성화, 인공지능활용 스마트학습사업, '제주도 온 코딩' 등 2014년 이래 재선 제주도지사를 지낸 원 전 지사의 성과는 혁혁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머나먼 남도(南島)에서 올린 업적인 탓인지 이같은 행정성과는 원 전 지사의 차기 대권 지지율로 곧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원희룡 전 지사는 "제주에서 실천했던 혁신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국가 비전이 준비돼 있는 나 자신의 역량과 경험·능력이 국민들께 전달되고 증명되며 체감할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밝혔다.
나아가 "9월 15일과 10월 8일 (컷오프)해서 네 명으로 좁혀진 토론과 검증의 무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면 내가 겪었던 인생과 해왔던 정치, 행정에서의 혁신적인 실천들이 녹아있는 내 모습이 나오고 국민들이 느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때가 되면 원희룡의 시간이 온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