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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④] ‘독도통’으로 완성된 ‘대동여지土’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1.08.12 07:01
수정 2021.08.11 16:48

2009년 독도 토양조사에서 독도통 발견

국내 405개 토양 존재…모두 소중해

토양 관심 높이기 위한 방안 모색해야


신비의 섬 독도. 이곳 토양은 독도만의 고유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독도통으로 명명된 토양은 독도의 험한 지형 속에서 소중한 가치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농사를 짓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 기술, 시설, 기후 등 여러가지를 따져봐야 하겠지. 그런데 이런 조건을 갖추기 이전에 기초적인 ‘토양’이 없다면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토양이 뭐냐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흙’이지. 매일 밟고, 매일 만지고, 매일 보는 존재라서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흙. 그 흙이 우리나라의 상징인 독도에서 발견된거야. 독도의 토양은 그동안 발견된 것과 달라서 ‘독도통’이라는 고유 이름까지 지어줬어. 독도통은 국제사회에서 독도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각인시켜 준 소중한 토양이야.”


독도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섬이다. 우리땅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천예의 자연을 수천년간 간직한 소중한 섬이다. 그런데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독도’에 대한 키워드를 자신있게 내뱉는데는 주저한다. 독도 얘기만 꺼내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독도통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며 지난 10여년 간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 갔다.


지난 2009년부터 조사했던 독도통은 학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독도의 고유한 ‘토양’이라는 점에서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발견된 당시부터 ‘독도통’이라는 이름이 명명 됐음에도 정부와 학계는 모두 주변국 눈치만 봤다.


독도통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독도에 대한 대국민 관심이 꾸준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SNS, 실시간 온라인방송 등 홍보 경로가 다양해진 탓에 독도의 새로운 키워드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독도통으로 인한 토양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단순하게 인식됐던 ‘흙’이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토양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독도 동도 주변에서 발견된 독도통. ⓒ농촌진흥청
◆우리나라 391번째 토양 ‘독도통’


독도의 토양은 일반적 토양과 다르다. 울릉도 토양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확연하다. 독도통은 지난 2009년 농촌진흥청이 독도 토양을 조사하면서 발견됐다. 독도통으로 명명된 것은 2년 후인 2011년이다.


토양통은 토양 분류단위다. 토양 종류에 따라 구별하기 쉽도록 토양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토양통은 405개다. 독도통은 391번째 토양이다. 독도통 이후에도 14개의 토양이 새롭게 발견됐다.


독도통이 다른 토양과 달리 주목을 받는 것은 단연 ‘독도’라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농진청 토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도 토양은 화산암 일종인 조면안산암, 조면암, 유문암 등 풍화로 만들어진 사양질 토양이다. 작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층은 평균 20㎝ 미만으로 조사됐다.


손연규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박사(농업연구관)은 “토양단면은 겉흙에서 15㎝까지 짙은 암갈색 바위가 많은 사양토이고 둥근 형태의 구조로 돼 있다”며 “15cm 이하 하부 토양은 암갈색 자갈이 있는 사양토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2009년 당시 독토통을 명명한 당사자다. 독도토양 특성을 밝힌 학술적 성과를 일본, 중국 등 10여개국가 토양학자들이 참여한 동남아시아토양연합(ESAFS)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서는 등 독도통을 알리는데 누구보다 헌신했다.


그는 “일반적인 토양은 50~100㎝ 토심에 표토(용탈층), 심토(집적층), 암반(모재층 및 암반층)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제한 뒤 “반면 독도통은 얕은 토심에 표토와 암반 2개 층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독도통은 토양으로서도 가치가 있다. 농진청이 2000년부터 도서벽지의 작은 섬을 대상으로 벌인 토양조사에서 발견된 토양이기 때문이다. 특히 독도통은 그동안 울릉도 토양으로 인식된 탓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발견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온 배경이다.


울릉도 토양은 1970년대 조사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토양이 발견되지 않았다. 울릉도 토양 종류는 초봉통, 사동통, 남양통 등 13개 토양통으로 분류돼 있다. 독도는 울릉도와 인접해 있어 정밀토양조사 없이 울릉도와 같은 '초봉통'으로 분류해 온 것이다.


손 박사는 “울릉도 일부 지역에서 독도통이 발견됐는데, 이 토양이 독도에서 왔을 가능성을 생각했다”며 “예상대로 독도 토양이 울릉도로 넘어왔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확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통은 토양층 길이가 30cm를 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울릉도에서 발견된 독도통에 부착물을 설치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1m의 미학’ 토양의 소중함


토양의 사전적 의미는 ‘땅거죽의 바위가 분해돼 이뤄진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서 이뤄진 물질을 가리키는 과학용어’로 명시돼 있다. 즉 흙의 과학적 해석이라는 견해인 셈이다.


일상에서 토양에 대한 관심을 그리 높지 않다. 학술적으로도 토양은 지질과 화학의 응용학문으로 분류돼 있다. 이는 토양이 복잡하고 조사과정이 어려워 학자들 사이에서도 힘들고 까다롭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토양이 생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손 박사는1cm의 토양이 생기는데 걸리는 시간이 200-1000년 정도라고 설명한다.


그는 “물이 많으면 물의 중요성을 잘 모르듯이 토양을 늘 보고 다니기 때문에 토양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보통 토양 깊이가 1~2m 정도인데 이들이 사라지면 인류는 설 자리를 잃게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채취한 독도통 샘플 ⓒ배군득 기자

농업적 측면만 보더라도 토양은 필수 요소다. 농사에서 흙을 이용하는 것은 논·밭·과수원·목초지 등 경작지로 쓸 때다. 경작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흙과 관계가 되는 것은 토양이다.


특히 농지개량은 기본적으로 흙과 물, 그리고 작물의 유기적 관계를 적정하게 유지하도록 해 생산물 질과 양을 높이려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 관개·배수에 중점을 두고 수리사업이 진행됐다. 1960년대 이후에는 토지개량사업으로 전환하고 수리는 물론 개간·간척·경지정리 등을 망라하게 됐다.


이것이 다시 1970년대에 와서 농지기반에 관한 부분을 농지개량사업이라고 정의하면서 농토 개량·개발·보전 및 집단화와 농업 기계화에 의한 농업생산성 증대를 꾀하게 되고 농촌근대화를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독도통 역시 발견 당시 지면으로부터 20cm 미만이였다. 이후는 모두 자갈이 섞인 사양토로 형성돼 있다. 독도통이 수천년 동안 퇴적되면서 쌓인 토양에도 불구하고 일반 토양보다 왜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지 재확인하는 대목이다.


통일벼 대표 품종인 '유신' ⓒ농촌진흥청
◆농진청 역사의 쌍두마차 ‘통일벼와 토양’


내년이면 농진청이 출범한지 60주년이 된다. 지난 60년간 농진청은 농업 발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농업’으로 농사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 60년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통일벼와 토양’이라고 꼽는다. 토양이 농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통일벼는 한국전쟁 이후 자급자족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 변곡점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겪었다. 당시 우리 벼 품종은 재래종과 도입종이 주류를 이루면서 키가 커서 잘 쓰러지고 각종 병해에 약해 평균 쌀 수량성이 310kg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1971년 개발된 통일벼는 6년 후인 1977년 식량 자급자족을 이루며 농업에 새 지평을 열었다. 당시 농가호당 평균소득(0.3ha 기준)은 1972년 2400원에서 1977년 1만28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도 1965년 350만t에서 1977년 600만t으로 두 배 가량 상승했다.


통일벼를 시작으로 통일형 품종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70년대 중반까지 통일, 조생통일, 영남조생 등이 개발됐고 70년대 후반에는 청청벼, 태백벼, 추풍벼 등이 선보였다. 80년대에는 풍산벼 등이 개발돼 농업 전성시대를 맞게 된다.


토양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탄소중립’과 괘를 같이 한다. 실제로 토양은 대기보다 탄소량이 3배나 많은 지구상 가장 큰 유기탄소로 재조명 받고 있다. 토양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면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농진청은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와 공동으로‘아시아 토양지도 발간 및 토양정보 시스템 구축’과제를 수행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토대가 되는 아시아토양유기탄소지도를 개선・제작했다.


울릉도에서 발견한 독도통 ⓒ배군득 기자

아시아 토양지도 구축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과제다. 한국을 포함한 14개 회원국 50여명 토양전문가가참여했다.


주요 목표는 아시아 국가별 토양 특성 정보를 수집하고 지도 작성역량을 강화해 아시아 토양지도 발간 또는 토양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토양 탄소보유량과 배출량은 지역별 환경과 재배되는 작물에 따라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로 북극은 추운 날씨로 유기물 분해가느려 유기탄소 함유량이 높은 반면, 고온지대인 사막은 매우 적은 양의 유기탄소를 가지고 있다.


토양유기탄소지도는 지역별 토양 유기탄소량이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조사해 표시한 지도다. 이는 국가별 농업부분 탄소제로 정책 결정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은 토양 탄소 배출과 흡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산업인 만큼 토양유기탄소지도를 활용해 유기탄소량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확인하고 맞춤형 토양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농경지 탄소격리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기후변화 대응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농진청은 1999년부터 ‘농업환경 자원 변동 평가’를 통해 농경지 유기물 함량을 확인한 결과 논에서 23%, 밭에서 13%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토양 내 유기물함량의 약 58%로 존재하는 토양유기탄소가 대기로 배출되지 않고 논밭에 저장돼 탄소중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은 “아시아토양지도 과제를 통해 유기탄소격리 기본이 되는 토양유기탄소지도 제작은 국가별 탄소제로정책 추진에 중요한 정보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올해 말 아시아 국가 토양특성을 집대성한 아시아 토양지도 제작을 완료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토양관리체계를 구축해 농업 생산성증대와 국제적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연규 박사는 '토양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토양조사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손 박사는 토양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관심과 투자가 부족하다. 후학양성도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배군득 기자
◆흙 없이 살 수 없다…현실은 인력・예산 부족


이처럼 토양이 지구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상황에도 국내 토양전문가는 턱 없이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토양학 자체가 지질과 화학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손 박사는 “처음에는 지질학에서 다뤘는데 토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에는 화학분야에서 토양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토양의 본질을 파악하기에는 깊이가 얕다”며 “토양조사는 단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손 박사는 토양조사 인력 확보를 위해 매년 ‘토양조사 경진대회’를 연다. 올해 7회째인 경진대회는 후학양성과 더불어 토양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손 박사 의지가 담겨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늦은 9월 25일에 개최된다. 이 대회에서 상위권 입상자는 4년 마다 열리는 세계토양조사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2019년에는 농진청에서 우수자 특별채용을 했다.


손 박사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토양, 특히 토양보전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해야한다”며 “전국 토양조사를 재조사해야 하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국민이 잘 모르기 때문에 홍보도 부족하고 인력(농진청 현재 인력 3명)도 적다”며 “(토양조사를) 어렵게 이어나가고 있다. 토양조사 경진대회를 통해 인력양성을 꾸준히 하고 있다. 독도통을 비롯한 우리나라 모든 토양에 대해 국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8월 19일 [新농사직썰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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