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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판결을 비판하는 우려스러운 시각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7.29 07:21 수정 2021.07.27 11:21

대선주자들 범법자 옹호, 대법원 최종 판결 불신 조장

국민 안중에 없다. 범죄 신고가 죄가 되는 희한한 세상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019년 1월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2019년 1월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최근 대법원은 이른바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명 ‘드루킹’과 공모해 네이버 등에 게재된 차기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기사 등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지 35개월 만이다. 김 전 지사에 대한 유죄 확정은 그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수행비서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대선 승리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지난 대선이 ‘조작‧불법’ 선거였다며 현 정부의 정통성까지 문제 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추가적인 수사도 요구하는 등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에서는 ‘드루킹’ 개인의 일탈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또한 ‘2위 후보와 무려 17%가 넘는 득표로 압승’했다며 ‘정부의 정통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무리한 견강부회’라고 반박하고 있다. 2012년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때에는 ‘국기문란 범죄’라며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시비를 제기한 바 있었음에도 말이다(두 사건 모두 조직적인 여론조작이라는 본질에서는 유사하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를 대신해 국정을 담당할 대리인을 선출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선거에 관한 여론조작은 국민의 의사를 왜곡시키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다. 위 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도 댓글 조작은 ‘온라인상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유권자들의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판단과정에 개입하여 그들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을 저해’하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 범죄행위라고 질타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2018 고함 823). 그리고 대법원에서도 그 취지를 받아들여 유죄를 확정한 것이다.


이런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일부 여권 대선주자들이 ‘원래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 지사의 진심을 믿는다’며, ‘대법원의 판단은 몹시 안타깝다’, ‘유죄판결에 정말 유감’이라거나 ‘통탄할 일’이라는 등 비판하고 나선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김 전 지사에 우호적인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을 고려하더라도, 당선되면 국법 수호를 책임져야 할 대선주자들이 앞장서서 범법자를 옹호하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불신을 조장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더욱더 당황스러운 것은 김두관 예비후보와 추미애 예비후보 간의 설전이다. 김 후보는 김 전 지사의 실형이 확정된 것에 대해 ‘추미애 후보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추 후보의 책임을 거론했다. 추 후보가 민주당 대표일 때 위 사건을 수사 의뢰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김 전 지사가 유죄판결을 받게 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자살골’ 주장에 동조하듯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여권 지지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추 후보를 비난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추 후보는 당시 당의 ‘가짜 뉴스 대책단’에서 수사 의뢰한 일이며, 본인은 특검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우리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국민의 힘 계략’이라고도 했다.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중대 범죄에 대해 김 후보는 왜 수사 의뢰했느냐고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고, 추 후보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발을 빼는 코미디 같은 모습이다. 평범한 시민들도 이러지는 않는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러다가 범죄를 신고하는 것이 오히려 죄가 되는 희한한 세상이라도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앞으로 이른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 관련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것이다. 그 결과는 특정 정당에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설령 기대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선주자들이 앞장서서 재판부를 비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런 범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밝히는 것이 국민들에게는 더 책임감 있는 지도자로 보일 것이다.


ⓒ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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