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기설기' 종부세 기준…딜레마 빠진 당정, 시장만 혼란
입력 2021.07.14 06:02
수정 2021.07.14 09:17
상위 2%·반올림 등 기준 모호…조세 저항 클 듯
주택유형 따라 납세자 늘고 주는 '고무줄 기준'
"정치적 논리 입각,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상위 2% 종합부동산세' 부과 방안을 놓고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각도로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고 세제 손질에만 급급한 탓에 난데없이 피해 보는 실수요자만 불어나게 생겼다는 지적이다.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열리는 조세소위원회에서 종부세법 개정안 26건 등을 일괄 논의한다. 여당은 이달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마무리 짓고 세금 납부 시점인 12월까지 법 개정 작업을 완료한단 방침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가구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을 순서대로 나열해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상위 2% 기준선을 정할 때는 '억원 미만' 단위는 반올림해 끊기로 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세법을 촘촘하게 마련하지 않고 상위 2%로 끊는 것도, 반올림해 계산하겠다는 발상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조세 저항만 키울 뿐이라는 지적이다.
여당과 정부가 제시한 올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종부세 상위 2% 기준선은 10억6800만원 수준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0억6800만~11억원 미만까지는 상위 2%에 해당하지만, 과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주택유형별 공시가격 현실화율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탓에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이 높은 아파트를 소유한 경우, 종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2%지만 단독주택은 55.8% 수준에 그친다.
공동주택만 따로 상위 2% 기준선을 정하면 11억5400만원이다. 이를 넘어선 주택에 대해 세금이 부과돼야 하지만 10억6800만~11억5400만원 구간에 포함된 소유주들은 종부세를 내야 한다.
같은 기준 단독주택의 경우 상위 2% 공시가격은 7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7억5000만~10억6800만원 구간의 주택 소유주들은 상위 2%에 해당함에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유 의원은 여당과 정부의 반올림 계산법에 따라 11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공동주택은 약 3만3175명이 억울하게 종부세를 내게 되고, 단독주택은 5만3289명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14%포인트가량 차이 난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으로 꼽힌다. 가령 17억원짜리 단독주택은 평균 현실화율을 적용했을 때 공시가격이 9억4860만원으로 종부세 과세 기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아파트는 시세 15억5000만원만 하더라도 공시가격이 10억881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당 내부에서도 억원 단위 미만을 반올림하는 계산법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애초 법안을 마련할 때 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고 시장 눈치를 보며 땜질식으로 그때그때 정책을 수립한 결과라는 평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주택시장 안정,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목적은 사라지고 정치적인 논리에 입각해 증세와 표 계산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장은 뒤죽박죽이 돼 버렸다"라며 "시장을 제대로 분석했다면 애초에 이런 정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들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명분 삼아 증세하려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선의의 피해자만 생길 뿐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