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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학폭·음주사고 빈번한데… 싸움·음주에 ‘서열’ 매기는 예능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7.02 07:53
수정 2021.07.02 07:55

'라디오스타' '집사부일체' 등 예능 단골소재로 싸움 활용

음주 부추기는 '음주 예능'도 다수 제작

ⓒMBC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줄리엔 강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연예인 싸움 순위’로 자신을 0순위로 꼽은 뒤 배우 마동석, 이재윤, 개그맨 윤형빈, 가수 김종국, 방송인 강호동 순으로 서열을 정리했다.


이후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동현은 “줄리엔 강이 매긴 서열 때문에 밤잠을 못 이뤘다”며 “(서열에) 내가 없다는 것보다 사람들이 자꾸 ‘누구랑 싸우면 이기냐’고 물어보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김동현은 줄리엔 강은 ‘인간계’, 그리고 자신은 ‘신계’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기준으로 다시 매긴 싸움 순위를 발표했다.


김동현은 유튜브 채널 ‘매미킴 TV’를 통해서도 줄리엔 강에게 “3개월 안에 대결하자”는 영상을 올렸고, 줄리엔 강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엔강 체험’을 통해 “김동현하고 경기하면 이길 수 있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3개월 정도 훈련하면 이길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연예인 서열’은 예능가에서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부동산부터 외모, 집안, 학벌, 수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서열을 매기고, 심지어 이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들도 제작되어 왔다. 특히 여러 주제 중에서도 특히 ‘연예인 싸움 서열’ ‘연예인 주당 서열’ 등은 최근까지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웃음 포인트로 활용된다.


앞서 언급한 ‘라디오스타’는 김동현과 줄리엔 강 외에도 홍기훈, 박남현, 이동준, 김진수, 김창렬, 윤형빈 등 ‘싸움’으로 유명한 연예인들이 출연할 때마다 싸움 순위를 매겨달라고 요청해왔다. 2013년에는 아예 ‘전설의 주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박남현·유태웅·홍기훈을 출연시켰고, 과거 후배들에게 기합을 줬던 사연 등을 가감 없이 고백했다.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선 ‘주먹 자랑에 거부감이 든다’ ‘방송 소재로 부적합하다’ 등의 혹평이 잇따랐다.


이밖에도 최근 ‘1호가 될 수 없어’ ‘집사부일체’ ‘뭉쳐야 쏜다’ 등에서도 이 싸움 서열을 언급했다. 어떤 분야의 ‘사부’를 초대해 대화를 나누고, 사부의 인생을 통해 배움을 얻는 프로그램인 ‘집사부일체’는 가수로 데뷔해 예능인으로 SBS ‘연예대상’까지 수상한 김종국을 모셨다. 그런데 김종국과의 대화에선 ‘연예인 싸움 순위’를 언급하며 결론이 ‘승부욕’으로만 치중되는 안타까운 연출을 보여주기도 했다.


ⓒSBS

싸움 순위만큼 자주 등장하는 건 ‘주당 순위’다. SBS ‘티키타카’에서 성시경은 연예계 주당 서열을 언급하면서 “(성시경이) 김희철, 강호동과 1시간 30분 만에 소주 30병을 마셨다는 설이 있다”는 질문에, “세면서 마시진 않았지만 술은 모자랐다”고 답했다. 그나마 성시경은 “반성하고 있다”면서 “이만큼 먹었다는 게 자랑스러운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예능가에서 ‘술’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다수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음주 토크, 술자리 에피소드 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고 일부 여성 연예인들의 경우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기존의 꾸며진 이미지와 달리 털털한 ‘반전 매력’을 준다는 의미로 포장돼 단골 에피소드로 사용하고 있다.


한 예능 작가는 “프로그램 방영 전 사전미팅 혹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 주량과 싸움 관련 이야기다.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해 서열이 공개됐고, 그분들은 대부분 그 분야에 대한 일종의 승부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구도가 만들어지고, 손쉽게 웃음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함께 순위에 오른 다른 연예인을 언급하면서 자존심을 살살 긁는 식으로 방송 분량을 확보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활용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재미요소로 사용하는 주제라도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음주,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해가긴 힘들다. 더구나 최근 연예계를 휩쓴 학폭 논란은 물론 연예인들의 음주 관련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대가 변했고, 시청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예능계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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