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인디 밴드들의 ‘몸부림’ 속에 담긴 가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3.14 00:00
수정 2021.03.13 22:27

67개 인디 밴드, 릴레이 온라인 페스티벌 진행

CJ문화재단, 콘서트와 스크린 결합…인디 뮤지션 지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대중음악공연계는 오프라인 무대가 사실상 모두 중단되며 그야말로 황폐해졌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공연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했고, 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했다. 자본이 탄탄하지 못한 중소 기획사, 레이블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정했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1년여를 버티던 대중음악공연계는 결국 집단행동을 통해 생태계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중음악 민간 공연장들의 연대체인 ‘한국공연장협회’, 공연기획사·제작사·음악 레이블·프로덕션·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된 ‘대중음악공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만들고 정부와 관계부처에 실질적인 지원과 차별 없는 방역 지침을 요구하게 됐다.


그럼에도 사실상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최근 지자체에 문의한 후 진행되던 홍대 라이브 클럽의 공연을 마포구청에서 갑자기 중단 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 소통의 오류에서 불거진 문제였지만, 더 근본적으로 본다면 이는 모호한 세부지침과 그 세부지침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부터 비롯된 사건이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실제 무대에 올라야 할 인디 밴드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온라인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가 대표적이다. 이는 67개 뮤지션이 롤링홀, 웨스트브릿지, 프리즘홀, 라디오가가, 드림홀 등 5개 공연장에서 무대를 꾸미는 형식이다.


이 공연은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의 보컬 이성수와 코드 이사장인 윤종수 변호사가 의기투합해 성사됐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대중음악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브이홀, 무브홀, 에반스라운지, 퀸라이브홀 등 길게는 수십 년간 홍대 인디음악신을 지킨 공연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먼저 시작된 ‘#saveourstages’ 캠페인에서 모티프를 얻어 시작된 이번 공연은 일일권(1만원)과 전일권(5만원) 구매 관객들에게만 공개되는 유료 공연이다. 비영리단체인 코드는 티켓 판매와 후원 이익을 5개 공연장 대관료 지급에 사용한다. 현장 인력 및 참여 아티스트의 실비 등을 제하고 남은 금액으로는 인디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인디 생태계를 위한 이들의 몸부림은, 생존의 가치를 넘어선다. 공연장이 사라지면, 뮤지션도 사라진다.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가 된 문화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들의 몸부림은, 장기적인 공연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첫 발걸음인 셈이다.


평소 인디 뮤지션 지원 사업 ‘튠업’을 꾸준히 운영해오던 CJ문화재단도 인디 뮤지션을 위한 새로운 기획을 내놓았다.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이다. 이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을 와이드 스크린과 프리미엄 입체 사운드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뮤직 플랫폼으로, 극장에서는 60분씩 상영될 예정이다. 즉 콘서트와 스크린을 결합해 뮤지션들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CJ문화재단 튠업 사업 담당 김모란 과장은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콘텐츠를 통해 관객분들이 새소년과 기프트의 환상적인 음악 세계로 흠뻑 빠져 보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며 “콘서트와 스크린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인디 뮤지션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활동을 지원하고 음악 생태계의 장르적 다양화와 인디 음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밴드 새소년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당연히 이해한다”면서도 “같이 살아가야 하고, 큰 공연과 작은 공연, 큰 아티스트와 작은 아티스트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음악 활동을 했으면 한다. CJ문화재단처럼 힘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도와줬으면 한다. 저희도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많은 공연장들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 뮤지션들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좋은 방향의 변화도 기대케 한다. 앞서 미국에서 시작된 ‘#saveourstages’ 공연이 주목을 받은 이후 미국 의회는 지난해 10월 공연장과 프로덕션 업체 등에 10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국내에서 많은 인디 밴드들의 무대가 되는 ‘라이브 공연장’의 정의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인디 뮤지션들이 그들의 생활 터전이자, 문화의 시작이 된 공연장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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