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웹툰 규모 1조원 시대, 덩달아 웃는 웹툰 OST 시장
입력 2021.03.12 08:34
수정 2021.03.12 08:34
웹툰 시장 규모, 지난해 1조원 돌파
웹툰 OST, 음원 시장에 새로운 공급원 될까
상상력에만 의존해 글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했던 웹툰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드라마, 영화, 공연 등에서나 볼 수 있던 OST가 최근 웹툰 시장에서도 활발히 제작된다. 더구나 인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활자를 중심으로 상상력에만 의존해 분위기를 파악해야 했던 웹툰에 음악이 입혀진 건, 2010년초부터 시작됐다.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2011)은 움직임과 음향을 적절히 집어넣어 시청각 효과를 준 웹툰의 원조격으로 불린다. 작곡가 조은선율도 하일권 작가의 ‘안나라 수마나라’, 송래현 작가의 ‘리턴’, 권혁주 작가의 ‘그린 스마일’, 정필원 작가의 ‘지상 최악의 소년’,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캐러멜 작가의 ‘다이어터’ 등 인기작의 음악을 만들었다. 2012년에는 일부 곡을 묶어 ‘조은선율 웹툰 OST’라는 제목으로 음원을 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음악이 입혀진 회차와 그렇지 않은 회차를 비교했을 때 전자에 대중의 반응이 한층 뜨겁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다수의 작품에서 음악을 입히는 시도는 점차 증가했다. 처음 시도됐던 형태는 사실 하나의 독립적인 음악 콘텐츠로서 활용되기보다, 말 그대로 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배경음악, 효과음 수준에 머물렀다. 당연히 음원차트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웹툰 OST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건, 웹툰 시장의 성장 시기와도 맞물린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웹툰이 싹튼지 20년 만인 지난해를 기점으로 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 1000억원 규모였던 웹툰 시장은, 2014년 2000억원 규모로, 그리고 지난해 1조원 규모로 지속 성장하면서 지난해, 10년 만에 10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전년도인 2019년(8805억원)과 비교해도 약 13% 늘어난 수치다.
시장 규모가 커지다 보니 웹툰 업계도 OST 제작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생겼다. 최근 웹툰 OST에 인기 가수가 참여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드라마나 영화 OST를 불렀던 정상급 가수들이 참여하면서 웹툰 OST가 음원 시장의 새로운 공급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웹툰 시장이 성장하고, 이에 따라 웹툰 OST 시장 역시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웹툰 OST는, 웹툰을 위한 음악인 동시에 독립된 또 하나의 콘텐츠로서의 가치까지 더해진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1월 400위권 기준 OST 가온지수 점유율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1.6% 포인트 증가한 11.8%를 기록했다. 주요 OST로는 웹툰 ‘취향저격 그녀’ OST인 산들의 ‘취기를 빌려’, 규현의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 ‘바른연애 길잡이’ OST인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 등이 꼽히는데, 실제 드라마 OST보다 훨씬 차트 영향력이 높게 나타난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차트에서도 웹툰 OST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2월 월간차트에는 10CM ‘이 밤을 빌려 말해요’(바른연애 길잡이), 산들 ‘취기를 빌려’, 적재 ‘나랑 같이 걸을래’, 규현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 허각 ‘고백’(바른연애 길잡이), 윤하 ‘서른 밤째’(바른연애 길잡이) 등이 랭크됐다.
특히 이 음원의 발매시기를 보면, 웹툰 OST가 차트에서 얼마나 롱런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산들의 ‘취기를 빌려’는 지난해 7월 20일, 규현의 ‘내 마음이 움찔했던 순간’은 지난해 8월 23일,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는 지난해 10월 23일 발매됐다. 드라마 OST보다 웹툰 OST가 롱런하는 이 현상에 대해 관계자들은 연재 기간이 비교적 긴 웹툰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웹툰 OST에 참여했던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콜라보의 영역이 단순하고 제한적이었다면 지금은 점점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확대되고 있다. 문화 향유자라는 틀 안에서 주 타깃인 10~20대의 소비 패턴이 상충하는 지점이 있고, 음원의 소비자층과 웹툰의 소비자층을 아우를 수 있어 팬층을 확산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웹툰은 한 번 연재를 시작하면 방송·드라마·영화 보다 호흡이 긴 편이라서 연재 되는 중에 지속적으로 곡이 회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