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눈앞의 북한이 아니라 한미동맹 향후 30년을 고민해야"
입력 2021.01.22 14:26
수정 2021.01.22 14:28
최종현학술원·CSIS 공동주최 웨비나
"11대 경제대국의 최대 현안이 北인가"
美 전문가들, 北 8차 당대회 언급 無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미동맹에 대한 '재정의'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1년여 남은 임기 내 대북성과를 위해 한미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워싱턴 조야에선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22일 "역사를 공유한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안보, 자유로운 기업 활동, 자유, 민주주의 등의 공유된 가치를 더욱더 촉진할 것인지 큰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햄리 소장은 이날 최종현학술원과 CSIS가 '바이든 시대와 한반도'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웨비나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한미동맹을 더욱더 강화해나갈 방향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햄리 소장은 한국의 지정학적 여건상 북한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역할'을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긴급한 북한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과연 그것이 세계 11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 그런 긴급한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햄리 소장은 "한미동맹이 보다 더 포괄적인 어떤 힘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아시아 전역에서 민주주의를 증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내 경제와 안보 환경에 대해서도 한국은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연대를 통한 대중 압박을 시사한 상황에서 한국의 역내 역할 확대를 주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웨비나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 드라이브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제시됐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 부소장은 "청와대가 추진하려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등을 바이든 대통령이 수용하진 않을 것 같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사례를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햇볕쟁책' 지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이후 껄끄러워진 한미관계는 회복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렸다.
그린 부소장은 "한국은 미국의 파트너이자 민주주의 파트너이며, 팬데믹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며 "중국과의 대결에 있어서도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나 외교부, 기업 등을 통해서 좀 더 회복력 있게 아시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웨비나에 참여한 7명의 전직 미 정부 관리 및 외교안보 전문가 중 북한 제8차 노동당대회에 대해 언급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북한보다는 한미동맹이나 미중 갈등 속 한국의 고민을 주로 다뤘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는 "북한에서 당대회를 8일 동안 진행했음에도 여기에 대해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조금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