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년 반 만에 1000원대로…"내년까지 약세 지속"
입력 2020.12.03 11:02
수정 2020.12.03 11:05
미국 경기 부양책에 약세 국면 돌입
"글로벌 달러 약세 압력 이어질 듯"
원·달러 환율이 2년 반 만에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이 본격적인 재정 부양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약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변수가 여전하긴 하지만, 현재의 약달러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원 내린 1098.9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2018년 6월 15일(1097.7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다소 혼조 양상을 보여 왔다. 지난 10월까지는 약보합세를 유지하다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급락했다. 그러다 지난 달 중순 들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소폭 상승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런 와중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양 조치 강화 의지가 동시에 반영되면서 환율 하락은 한층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이로 인해 위험자산으로 다시 돈이 쏠리면서 달러화의 가치는 떨어지는 대신 뉴욕 증시 등이 수혜를 입는 모양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일(현지시각) 코로나19 부양책 관련 회담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파 의원들이 부양책 협상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약 900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법안을 제안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까지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힘을 보탰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이어지겠지만 내년에 닻을 올릴 미국의 새 정부가 추가적인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의 추세에 반전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바이든 신정권 출범 후 추가 재정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옐런 전 연준 의장 역시도 대규모 재정 정책에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재정 지출에 대한 기대로 글로벌 달러 약세 압력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미국 주도의 재정적자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달러 약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가치는 연초 빠르게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을 필두로 한 유동성 공급은 이를 급격하게 약세로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고,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은 향후 통화가치 전망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이벤트"라며 "현재의 경기 모멘텀과 향후 정책적 방향성에 근거해 내년 연중 원·달러 환율은 1040~1145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