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美 달러…전문가 “내년에도 원화 강세 이어진다”
입력 2020.10.22 06:00
수정 2020.10.21 15:49
위안화 강세 더해져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1100원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美 대선 변수”
최근 중국의 경기 회복세에 따른 위안화 강세로 ‘달러 약세-원화 강세’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국 대선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내년까지 원화가 위안화와 연동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5원 내린1131.9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3월 22일(1130.1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낮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1원 떨어진 1138.3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낙폭을 확대하며 1131.1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화 강세의 주된 배경으로는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꼽힌다. 중국과의 경제 밀접도가 높아 원화는 위안화 환율과 동조화 경향이 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9%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분기(-6.8%) 사상 최악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2분기(3.2%)에 이어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V자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추가 부양책 합의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위험선호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영향을 줬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추가 부양책 관련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다 내달 3일 미국 대선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내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달러화 대비 위안화와 원화 가치를 밀어 올리는 배경이 됐다. 바이든 당선시 내년 초 이후 최소 3조 달러 이상의 공격적인 확대 재정정책이 예상된다.
민주당 집권 뒤 대규모 재정쟁책이 이뤄지면 정부의 국채발행이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는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위안화는 중국경제 경기회복 등을 반영해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위안화 강세에 동조돼 원화도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글로벌 경제 정상화에 있어 중국 경제의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위안화 강세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어서다. 10년 평균 환율 아래인 1100원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가 중장기 달러화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이지만 내년에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경기부양책 이슈가 부각되면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재정수지 악화, 유동성 정책 지속, 미·중 무역갈등 완화 가능성 등으로 내년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화 역시 달러화 약세와 국내 경제 펀더멘털 개선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 기업들의 수익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기업들이 다양한 결제통화를 사용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은 환율보다 글로벌 수요라든가 국제 교역 상황,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더 좌우 된다”며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