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부회장단' 지고 '젊은 사장단' 뜬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0.16 06:00
수정 2020.10.15 19:56

10명 넘었던 전문경영인 부회장, 현재 3명 남아

김걸·지영조·서보신·공영운·장재훈 등 사장단 핵심 수뇌부 부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명실상부한 그룹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그룹 내 각 계열사에 포진한 핵심 경영진의 면면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정 회장이 지난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대폭 축소된 ‘부회장단’이 이번 회장 취임을 계기로 극소수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후속 인사에 대한 질문에 “항상 수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이를두고 여러 의미가 내포된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게 된 이후 정기인사를 폐지하고 수시인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장급 이상 인사는 그 이전에도 수시 인사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핵심 포지션에 인사 교체 사안이 발생하거나 더 적합한 인물을 영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굳이 정기인사를 기다리지 않고 즉각적으로 인사를 시행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대규모 인사변동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 인사를 언급한 정 회장의 답변도 일단 이런 측면에서 지금 당장 인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한 고위관계자 역시“정 회장은 갑작스럽게 크게 뒤집는 식의 인사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다만 그룹 총수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만큼 이전 세대 인물들이 계속해서 남아있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나오는 만큼 고위층에서는 변동이 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반론적인 얘기지만 세자가 왕으로 등극하면 선왕과 함께했던 신하들도 거취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끌던 시기의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부회장단’으로 유명했다. 그룹 전체 부회장 수가 10명을 넘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 정 회장의 비중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부회장 수는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그룹 총괄을 맡은 지난 2018년에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담당 양웅철 부회장과 연구개발본부장 권문식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비(非)오너가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4명이 남았었다.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작년 용퇴…부회장급 추가 퇴진 가능성 촉각


지난해는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후진을 위해 자리를 내주겠다며 용퇴해 현 시점에서는 3명의 비오너가 부회장이 남아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과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등이다.


재계에서는 젊은 총수가 그룹을 이끌게 된 만큼 앞으로는 고령의 부회장단이 주위를 보필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젊은 ‘사장단’이 주력 경영진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부회장단 중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중요 사안을 책임지고 있는 정진행 현대건설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룹 내에서 역할이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환 부회장이 속해 있는 현대제철의 경우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사실상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고, 김 부회장은 대외 활동이 거의 없다.


윤여철 부회장은 오랜 기간 그룹의 노무 분야를 책임져 왔지만, 2008년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년 넘게 자리를 유지해온 만큼 이제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부회장은 당초 국내생산과 노무를 총괄했었으나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국내생산 담당을 하언태 사장에게 넘겨준 상태다.


하 사장은 2018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공장장을 맡은 이후 작년까지 2년 연속 임단협 조기 타결을 이끌어낸 바 있으며, 지난해 중도·실용노선 집행부로 교체된 현대차 노조와 협력해 올해 임금협상을 동결로 타결하는 등 노무 분야에서의 성과도 높이 인정받고 있다.


◆김걸·지영조·공영운·장재훈 등 정 회장 최측근 그룹 주력으로 부상


정 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그룹의 핵심 수뇌부로는 이미 50년대 후반~60년대생 사장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1970년생인 정 회장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정 회장이 기아차 사장과 현대차 부회장,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등을 거치는 동안 함께 손발을 맞춰온 인연이 있다.


1965년생인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은 정 회장과 같은 고려대 동문이다. 정 회장이 그룹 총괄을 맡게 된 시점에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을 책임지게 됐다. 김 사장의 역할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의 김용환 부회장과 동일하다.


정 회장을 보필해 그룹 계열사 및 인사 관련 사안과 지배구조 개편 등 중요 현안을 처리하는 명실상부한 최측근이다.


정 회장이 2017년 삼성으로부터 영입한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도 그룹의 핵심 참모진의 한 축을 맡는다. 정 회장이 미래 비전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IT 기술 접목이 필수적인 만큼 지 사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연구개발(R&D)과 품질 분야에서는 2년 전 물러난 양웅철 부회장과 권문식 부회장을 대신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서보신 현대차 생산품질담당 사장이 주요 역할을 한다. 이들은 1957년생으로 동갑이다.


공영운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도 정 회장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힌다. 언론인 출신인 공 사장은 2005년 현대차그룹으로 영입된 이후 홍보실장을 맡은 뒤 정 회장의 해외 출장길을 여러 차례 수행하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생인 공 사장은 2년 전부터 현대건설로 이동한 정진행 사장의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사장급으로는 현대차그룹 내 가장 다양한 보직을 가진 장재훈 부사장이 주목된다. 1964년생으로 정 회장의 고려대 동문인 인 장 부사장은 2018년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지난해 말 국내사업본부장을 겸직했고, 올해 8월에는 제네시스 사업부장까지 담당하게 됐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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