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개막①] 기아차 사장부터 현대차그룹 회장까지 준비된 리더
입력 2020.10.14 09:48
수정 2020.10.14 10:09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에 차별화된 정체성 부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각별한 애정 쏟으며 성공적 런칭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 선도 예고
14일 현대차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정의선 신임 회장은 2005년 기아자동차를 이끌던 시절부터 경영 능력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2018년 9월부터는 수석부회장으로 사실상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사실상 ‘대관식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이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 기획총괄 등을 두루 거치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브랜드 입지를 단단히 구축했다.
'디자인 경영'으로 기아차 경쟁력 업그레이드
특히 기아차에서 '디자인 경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2005년, 정 신임 회장이 기아차를 이끌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정의선의 기아차'는 품질·마케팅·기술·가격 등 기존 역량만으로는 선진업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차별화된 경쟁 우위 요소로 디자인을 택했다.
또 현대차와 상당부분 플랫폼을 공유하는 탓에 받아야만 했던 '현대차와 형제차'라는 인식을 극복하고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디자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결정하고 전사적인 디자인 경영에 나섰다.
이를 위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영입한 것은 정 신임 회장의 '디자인 경영' 성공에 있어 신의 한 수로 꼽힌다. 피터 슈라이어 영입 이후 '직선의 단순화'와 '호랑이 코 패밀리룩'을 적용한 기아차의 모델들은 모두 히트했다.
특히 포르테와 K5는 준중형차와 중형차 시장에서 '형님' 격인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그가 주도한 브랜드 캠페인 'DESIGN? KIA!'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성공적 출범…공격적 성장 예고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그는 200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기며 부회장 직함을 얻었다. 정 신임 회장은 2015년 당시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그는 신형 제네시스(프로젝트명 DH) 개발 과정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정 신임 회장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신형 제네시스 테스트용 차량을 수 차례 타본 뒤 그립감과 같은 세부적인 사항까지 일일이 챙겨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정 신임 회장의 요구사항이 신형 제네시스가 다이내믹한 성능을 갖춘 세단으로 탄생하는 큰 영향을 미쳤고, 외부에서도 성공적인 변화를 이끄는 데 역할을 했다는 전언이다.
현재 제네시스는 럭셔리카 순풍에 힘입어 판매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에 이어 GV70도 추가해 세단 3종, SUV 2종 등 총 5종의 라인업으로 국내·해외 판매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럭셔리카에 대한 글로벌 시장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제네시스는 품질·디자인을 앞세워 공격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고성능 N 브랜드 출범 및 모터스포츠 진출 …브랜드 가치 제고 총력
현대차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고성능 브랜드N과 모터스포츠 진출도 정의선 회장의 선택이다.
현대차는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고성능N 개발 계획을 밝혔으며, 첫 모델인 ‘i30N’과 ‘i30 패스트백’을 유럽에서 2017년 첫 공개했다.
정의선 회장은 N모델 개발을 위해 BMW에서 고성능 모델 ‘M’을 연구했던 알버트 비어만을 직접 영입하고, 남양연구소와 유럽연구소에 고성능차 개발 전담부서를 출범시켰다.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참가도 결정했다. 독일에 차량 개발 및 팀 운영 등 모터스포츠를 전담하는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을 설립하고, 카레이싱의 전설과 최고의 레이서들로 구성된 레이싱팀을 구성했다.
WRC는 서킷에서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는 포뮬러원(F1) 대회와 함께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의 양대 산맥으로, 대회 중계 시 최대 6억명이 대회 중계를 시청할 만큼 인기가 높다.
현대모터스포츠팀은 매 대회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모터스포츠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차는 ‘2019 WRC’에서 출전 6년만에 한국팀 사상 최초로 WRC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WTCR(월드 투어링카 컵)에서도 정식 출전 첫해인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i30 N TCR로 출전한 선수들이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을 기록했다.
정 신임 회장의 고성능차 관심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굴된 고성능 기술이 양산차 기술력 향상에 활용되는 동시에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생태계 앞장…수소 경제 분야도 선도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이번엔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으로 그룹 전반에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앞서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 결합을 통해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전략적 지향점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의 '2025 전략'을 발표했다.
‘2025 전략’은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2대 사업 구조를 축으로 ▲내연기관 고수익화 ▲전동차 선도 리더십 ▲플랫폼 사업기반 구축 등을 3대 전략 방향으로 설정됐다.
정 신임 회장의 이같은 비전은 자동차 산업의 ‘CASE(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 시대로의 전환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소경제 분야도 선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12월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시스템 연간 생산량을 70만기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직원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며 "현대차 사업 비중은 50%가 자동차, 30%가 UAM,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는 미래 청사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