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생존백서②] 10년 간 지속된 규제…일자리 줄고, 효과는 ‘글쎄’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6.11 06:00 수정 2020.06.10 21:46

규제 논리 10년째 제자리걸음, 변화된 유통환경 반영 못해

대형마트 상생 노력에 전통시장, 지자체도 화답

점포 폐점‧매각 등 구조조정 본격화, 인력감축 불가피

2010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지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라는 당초 목적은 여전히 달성되지 못했다.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형 식자재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 골목상권의 어려움은 10년이 지난 현재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대형마트 매출액은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화되는 규제에 신규 출점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출점이 예정된 일부 지역에서는 인근 상인들의 반대와 지자체 조례 등으로 인해 수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방치된 매장도 생겨났다. 롯데마트 포항두호점은 2013년에 건물까지 다 지어놓고 아직도 개장을 못 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2018년에는 처음으로 대형마트 매장 수가 감소했고 지난해는 업계 1위 이마트 마저 분기 단위 적자를 기록하면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규제가 처음 시작될 당시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의 최대 경쟁자는 대형마트였다. 하지만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중대형 마트와 대형 식자재마트, 온라인 쇼핑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골목상권은 여전히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통환경 변화 반영하지 못한 채 10년 전 규제 논리 여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업태별 소매판매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2년에는 대형마트(25.7%)가 전통시장(11.5%)을 크게 앞섰다.


그러다 5년 후인 2017년에는 대형마트(15.7%)가 차지하는 판매액 비중이 급감하면서 전통시장(10.5%)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반면 온라인쇼핑(28.5%)과 슈퍼마켓(21.2%)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판매액 비중 1위, 2위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 3월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까지 상승, 현재는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골목상권의 최대 적으로 여겨졌던 대형마트가 몰락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한국중소기업학회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점포 규제 도입 후 중대형 슈퍼마켓(연매출 50억원 이상)의 점포수와 매출점유율은 크게 늘어난 반면 소규모 슈퍼마켓(연매출 5억원 미만)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국유통학회 연구에서도 의무휴업 등 규제로 대형마트 반경 3㎞ 이내의 평균 소비금액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아가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를 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매출이 동반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급변한 유통환경을 무시하고 10년 전 논리를 그대로 규제에 적용한 결과가 이것”이라며 “경쟁관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상생협력의 대상으로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대형마트-전통시장 상생 성공 모델로 안착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전통시장이 먼저 요청해 입점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당진 어시장에 1호점이 오픈한 이래 작년 12월 인천 장승백이시장까지 12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1호점인 당진 어시장점의 경우 2016년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유치 후 시장 주차장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16년에 50.8%, 17년은 54.5% 증가해 고객 유치 효과가 입증됐다.


구미 선산 봉황시장점은 24년간 공실로 비어있던 공간이 청년상인으로 채워져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고, 동해 남부 재래시장점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400~500명 가량 증가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시장 내 상인들의 매출도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확대하며 매자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서는 분위기다.


‘유통업=고용창출’ 공식 옛말…규제와 구조조정 여파에 일자리 줄어


한편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이 계속되면서 골목상권 보호라는 규제의 당초 목적은 사라지고, 현재는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처음 대형마트 3사 매장 수가 감소한 이래 올 들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문을 닫는 매장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1위인 롯데는 향후 5년 내 오프라인 점포 700여개 중 200여곳을 폐점할 계획이다. 그 중 올해는 롯데마트만 16곳이 문을 닫게 된다. 홈플러스도 연내 안산과 둔산, 대구점 등 3개 매장 폐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대형마트 한 곳당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300~500명의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만 6000명~1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폐점 계획이 없는 매장들도 온라인 쇼핑몰의 거점 형태로 운영 방식을 바꾸는 추세여서 기존 오프라인 매장 대비 근로자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설비를 적극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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