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없어지는 은행점포…5대銀 희망퇴직 늘어난다
입력 2025.01.15 06:00
수정 2025.01.15 06:00
비대면 거래 늘면서 1년 새 53곳 사라져…5년간 1천 곳
임직원 수도 감소…작년 희망퇴직 1967명 올해 넘어설 듯
고령층의 금융 소외 심화 가능성…정책적 보완 필요
비대면 디지털 금융이 자리잡으면서 은행 지점과 은행원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접목한 비대면 가속화로 은행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슬림화와 오프라인 점포를 없애고 있다. 올해도 5대 은행에서만 최대 2000명 안팎의 행원들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새해부터 몸집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전국 27개 기업금융센터를 동일 위치의 지점과 통합한 데 이어 오는 4월 27일자로서울·경기·부산 소재 18개 영업점을 인근 영업점과 통폐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6일 영업점 및 출장소 26곳을 인근 지점과 합쳤다. 우리은행이 지점 통폐합을 단행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여 만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전국 38개 영업점을 통합했다.
은행들의 영업점 축소는 지속적으로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은행 점포 수(해외 점포 포함)는 총 5849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곳 줄었다. 자넌 2019년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5년 간 국내 은행 점포는 1189개가 사라졌다. 매년 238개의 영업점이 없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축소 및 통폐합에 대해서 제동을 걸고 있지만 그럼에도 영업점이 해마다 감소하는 이유는 비대면 거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5대 은행의 적립식 예금 신규 가입계좌를 살펴보더라도, 비대면으로 가입한 비율이 평균 82%였다. 5년 전에는 60% 수준이었다.
은행들은 운영비용 감축 등 효율화 측면에서 AI점포나 공동점포 등의 형태로 대체점포를 늘리고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은행 대리업’ 제도가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영업 감소에 따라 은행 임직원 수도 줄어들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매년 연말연시에 정례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최근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신한은행에서는 541명이 은행을 떠났고 농협은행에서는 391명이 짐을 쌌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지난주 희망퇴직 접수를 마쳤다.
올해는 희망퇴직 대상 범위가 86년생(39세)까지 확대되고 역대급 실적에 퇴직금 조건이 좋은 편이어서 지난해보다 그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대 은행 희망퇴직자는 1967명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비대면 거래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금융취약층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 접근성이 낮아 고령층의 금융 소외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점포 이용을 위해 소비자가 최소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서울·부산·대전은 1km를 넘지 않았지만 강원·전남·경북은 최대 27km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시연 연구원은 “물리적 점포 의존도가 가장 높을 수 있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금융소외가 계속 심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지역 내 금융소비자들의 물리적 이동거리 등을 반영한 폐쇄 영향평가와 절차 등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