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선행에 '황금 기회' 덤으로...비호감 이미지 탈피
입력 2020.03.03 05:00
수정 2020.03.02 18:03
진정성 인정받아 정치권·누리꾼 호평 이어져
①이미지 개선 ②차별화 ③ 주목도 효과 '톡톡'
안철수 내외, 코로나 진정 국면까지 대구 머물듯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코로나19 관련 대구 의료 봉사가 예상 밖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안 대표의 대구행은 1일 새벽 갑작스레 결정돼, 언론은 물론 그의 수행원들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국면에서 선거 운동이 아닌 의료 봉사를 택한 데 대해 당내 우려가 있을 법도 했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의료 봉사는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면서 정치권과 누리꾼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떤 선거 운동보다 효과적인 선거 운동이 됐다. 그는 ①이미지 개선 ②차별화 ③주목도 등 세 가지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됐다.
① 이미지 개선
안 대표는 정계 입문 때만 해도 새정치, 청년 멘토의 대표 주자였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와 3위 기록으로 정치적 자산을 상실했다. 대선 때는 MB아바타 별명이, 바른미래당 창당 때는 호남의 배신자 비난이, 지방선거 패배 때는 만년 3등 꼬리표가 붙었다. 우유부단하고 어리숙하다는 이미지도 강했다. 그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정계 복귀를 했지만 여전히 비호감 정치인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구 의료 봉사를 계기로 그의 비호감 이미지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치인으로서 '공적 마인드'와 함께 '전문적 이미지'가 크게 부각됐다.
② 차별화
안 대표의 대구행은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등 거대 양당과 차별화를 꿰했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1야당 통합당도 정부여당의 실책을 비판했지만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 직접 뛰어든 안 대표의 모습은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짜파구리를 먹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과 가운을 입고 땀에 젖은 안철수 대표의 모습이 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총선을 앞두고 법조인 출신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위기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의료인 출신'이라 점에서 안 대표의 차별화가 통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③ 주목도
안 대표의 대구행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에 대한 주목도 크게 높였다. 1일과 2일 안 대표의 대구행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하루 종일 안 대표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안철수계 인사들의 연이은 이탈만 기사화됐던 국민의당은 이번을 계기로 단숨에 분위기 전환을 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선거판을 떠나고 코로나19 최전선에 뛰어든 것이 역설적으로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예상 밖 파급효과에 고무되면서도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고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오랜만의 훈풍을 이어가야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계속 봉사에만 매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현장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 코로나 진정 국면 때까지는 당분간 대구에 머물 것 같다"며 "우선은 일주일 정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대한의사협회의 의료봉사활동 독려 문자를 받고 의료 봉사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대구 인근의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