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 사겠다는 의지 꺾였을까…매수 문의 '썰렁'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0.01.29 06:00
수정 2020.01.28 17:26

한강이남 매수지수 99.5, 4개월 만에 100이하

“거래 위축됐지만, 가격 상승 여지 여전히 있어”

대출 규제 타격을 받은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문의가 뜸해지고, 거래가 중지 되면서 지난해 12·16대책의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70.3을 기록해 전주(68.7)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서울은 102.3으로 전주(104.3)대비 소폭 하락했다. 그 중에서도 한강이남 매수우위지수는 9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4일 기준 95.8를 기록한 후 4개월 만에 100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고, 100 아래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춰야 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저렴한 매물을 기다렸다가 골라 살 수 있게 되 것을 뜻한다.


실제로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6%의 변동률을 기록한 가운데 은평구(0.54%), 영등포구(0.38%), 중구(0.31%), 서대문구(0.31%) 등이 다른 구에 비해 상승폭이 높았다.


다만 강남구(0.13%)는 전주(0.15%) 보다 매매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부동산 대책과 대출규제로 거래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관망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강북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과 달리 강북의 경우에는 15억원이 넘지 않는 아파들이 많은데다 개발 호재 등이 있어 시장이 긍정적인 편”이라며 “은평구는 이주 및 철거 진행 중인 대조1구역을 비롯 갈현1구역, 증산5구역, 수색8구역, 불광5구역, 독바위역세권 등 재개발 진행 구역이 많아 지역 내 움직임이 있고, 영등포구는 신안산선, GTX-B 노선, 신림선 등 교통개발 호재가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강남 아파트는 매수에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지난해 12월30일 기준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27.3으로 12·16대책 발표 이전 41.3에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임채우 KB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15억 초과 아파트의 대출이 전혀 불가하고, 종합부동산세 인상 및 공시가격 현실화, 시가 9억 초과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요건 강화, 1주택자 갈아타기 제한 및 9억 초과 고가주택 매입 시 1년 내 전입조건 등으로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강남 집값이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위축된 것은 맞지만, 이것을 추세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임 위원은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의 대책과 함께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란의 지정학적 위기, 미중무역분쟁 등으로 올해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대출규제, 양도세 중과 등이 유지돼 시장에 공급(매물)이 부족하다. 즉, 사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도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일시적 부동산 시장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상저하고로 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상승세를 띌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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